함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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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영
  • 승인 2019.01.09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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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의 시와 삶 (11)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우리들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늘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분주한 일상에 파묻혀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듯해도 두 가지 질문은 늘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것이 삶이다. 특별히 어떤 계기가 되거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때에 그런 질문을 되새긴다. 새해를 맞이한 요즈음도 그런 질문을 많이 하게 되는 때이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철학자가 깊이 성찰하고 시인이 답을 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의 질문이다. 누구나 가지는 평범한 의문에 대하여 철학자들이나 시인들은 조금은 더 특별하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하나뿐인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범 답들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시인들의 답은 매우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모든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 어려운 이웃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

정성수의 <숲이 되지 못한 나무>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나무와 숲으로 비유한 시이며, 이기철의 <자주 한 생각>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 작지만 아름다운 소원을 노래하고 있다. <밥 먹는 법>을 쓴 정세훈은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는 시인인데, 최근에 안타까운 죽음을 당한 화력발전소 근로자 김용균 씨를 애도하는 시를 지어 추모 모임에서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나태주의 <기도>는 어렵게 사는 이웃을 배려해야 함을 쉬운 시어로 노래하고 있다.

 

숲이 되지 못한 나무 / 정성수

 

숲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이 된다는 것을

작은 나무 몇이 서는

아름드리나무 혼자서는

절대

숲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숲 밖에서는 몰랐다.

 

동구에 서서 한철 동안

푸른 그늘 넓게 펴도

천년을 풍광의 배경이 된다할지라도

혼자 서 있는 나무는

숲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그저

한 그루의 나무일 뿐.

 

숲이 되지 못한 나무

가슴에 귀를 대고

속울음소리 듣고서 숲을 생각했다.

숲이 그리워

숲이 되고 싶어 울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그때서야 알았다.

 

 

자주 한 생각 / 이기철

 

내가 새로 닦은 땅이 되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집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빗방울이 되어서

목 타는 밭의 살을 적시는 여울물로 흐를 수 있다면

내가 바지랑대가 되어서

지친 잠자리의 날개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내가 음악이 되어서

슬픈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될 수 있다면

, 내가 뉘 집 창고의 과일로 쌓여서

향기로운 향기로운 술이 될 수 있다면

 

밥 먹는 법 / 정세훈

 

밥 먹는 것에도 법이 있다는 걸

엄동설한 공사판 새참

야간노동 공장 야식

더불어 허겁지겁 먹어 본

없는 반찬 가난한 밥상

함께 옹기종기 먹어 본

우리는 절실하게 안다네

 

내 밥 수저에 올릴

반찬 한 젓가락 집어

상대방의 부실한 밥 수저에

말없이, 고이 올려주는,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항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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