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한다

윤창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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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 칼럼=윤창효]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느 분야나 조예가 깊을수록 함부로 확신하지 않는다. 초보자는 두려움이 없고 좋은 얘기만 귀담아 듣고 쓴 소리는 걸러듣는 경향이 있다. 경험 부족과 욕심 때문이다.

귀 산촌, 산림 경영, 임산물 재배, 유통, 흙집 짓기, 농장 디자인 등 각종 교육을 받을 때 성공한 현장만 다녔기 때문에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다. 성공한 임업인, 임산물 재배자, 멋진 농장 등 대부분 성공담을 얘기한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당장 시작할 수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을 올릴 것 같은 용기를 가지게 된다. 물론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현실은 귀농, 귀촌한 초기에 농사를 지어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게다가 산에서 키우는 임산물은 대부분 5년을 기다려야 채취 가능 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언론에서 소개되는 귀농들의 성공담들은 매우 드문 케이스들이고 많은 시행착오 다음에 이루어 낸 것이다. 교육만 받고 준비만 수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준비를 오래하면 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그 만큼 알면 알수록 고려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각종 교육을 받으며 ‘간 보기’식으로 생활을 해왔다. 서울과 거창을 틈만 나면 오갔다. 시골을 올 때마다 관계 공무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가까이 있는 전문 임업인들의 임산물 재배 농장을 방문하여 초보자의 눈으로 귀찮게 물어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갔다.

이제 숲 가꾸기 작업이 끝나면 작물을 심어보고 싶다. 임산물 교육을 받고 있으면 온갖 작물을 심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초보자가 할 수 있는 분야와 범위는 매우 한정적이다. 지자체에서 선정한 작물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자세하게 재배 지도를 해주고 판로도 개척되어 있고 여러가지 지원을 많이 한다.

거창 지역은 사과, 딸기, 오미자 농사를 많이 하고, 임산물로서는 최근에 산양삼을 많이 재배한다. 군청에서 산양삼 재배에 대한 지원도 한다. 거창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양삼 재배자가 계신다. 그야말로 ‘산삼이 산에서 내려와 밭에서 자라게 된 인삼을 다시 산으로 가져 가는 것’이다. 인공이 아닌 최대한 자연적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이제는 최초의 재배자를 훨씬 능가 하는 ‘히든 참피언’이 탄생되었다. 임산물 재배의 ‘신지식인’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산양삼 재배자이다. 이로인해 많은 거창의 임업인이 산양삼을 재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거창 지역의 산양삼 재배 방법은 ‘집중 관리 농법’이라고 해야 한다. 단위 면적당 수확 수량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잡초를 일일이 제거 해주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 인력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효과는 매우 높다. 산삼이 자연에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다. 울타리를 쳐 동물의 습격을 차단하고 두더지와 쥐들과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토양도 적합해야 하고 각종 풀들과 싸워야 한다. 자연재해도 피해야한다. 4~5년 이상 다 자라고나면 동물들에게 우선 먹인다. 좋은 것은 동물들이 더 빨리 안다.

현재 완전한 귀 산촌이 아닌 상황이고 초보자에게는 산양삼 재배는 안 맞다는 판단이다. 처지에 맞는 작물을 찾아야 한다. 임산물 재배를 통한 큰 수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게으르고 경험이 없는 ‘초보 산 꾼’이 할 수 있는 작물을 찾는 것이 최우선 이다. 과연 그런 작물이 있기나 한 걸까.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30년을 종사 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임야를 가꾸고 임산물을 재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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