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10)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새해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 천문학적으로는 어제의 태양과 다를 리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바는 전혀 다르다. 1231일에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해넘이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서쪽 바닷가로 많은 사람들이 달려갔고, 11일 아침에는 새해 첫날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러 동해바닷가와 산봉우리 등 해돋이 명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이는 해돋이를 보면서, 어떤 이는 종교의식을 통해서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 덕담과 음식을 나누면서 새해를 함께 축하하고 서로를 축복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풍습은 매우 다양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만은 한결같다. 지난해에는 많은 슬픔과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을지라도 새해에는 새로운 꿈과 소망을 갖고 그것을 이루어가면서 조금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예술인들은 각각의 장르에 따라 특별한 방식으로 새해를 그리고 기린다. 화가는 그림으로, 사진작가는 사진으로 새해의 모습을 그리고 담아낸다. 음악인들은 노래와 연주로 새해를 맞은 기쁨과 새해의 소망을 나눈다. 시인들도 당연히 새해를 맞이하는 시들을 지어서 자신과 독자들의 마음을 그려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속세의 사제이다. 사제는 제사장과 예언자의 역할을 한다. 제사장의 역할은 죄와 슬픔, 아픔과 원한 등으로 낙심과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면서 용서하고 치유하여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예언자의 역할은 보통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이상의 세계를 명료하게 그려서 아름답게 보여줌으로써 모두가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갖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특별히 새해를 맞이하는 시에는 그러한 제사장과 예언자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함께 읽을 시 3편을 소개한다. 반칠환의 <새해 첫 기적>은 우리 모두가 자기 방식대로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풍자한 시이다. 황금찬의 <나의 소망>은 절제된 시어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정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호연의 <새해 새 아침>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쉬운 기도글인데, 우리 모두의 소박하지만 고결한 소원을 풍성하게 담아 올려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 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새해 새 아침 / 이호연

 

솟아오르는 새해를

환호성으로 맞이하듯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하소서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소원을 빌듯

자신을 가꾸며 살아가게 하소서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

꿈을 꾸고, 꿈을 가꾸고

서로 서로 북돋워주어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넉넉한 사회를 이루게 하소서

 

모두가 중심을 잡고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으로

웃음을 지닌 채 약속을 지키고

 

따스한 눈길로

포근한 가슴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도하며

새해 새 아침의 눈빛으로

서로서로 사랑하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 복 받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넉넉하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꿈을 이루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이웃과 더불어 잘 살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많이 웃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이 땅에 평화가 임하게 하옵소서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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