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8년 도전했으나 잇따라 탈락, 내정설 돈 사람이 사장 돼

[오풍연 칼럼=광교신문]

그렇다. 서울신문 사장도 정부가 낙점한 사람을 뽑는다. 기재부 사무관 출신 신재민씨가 30일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나도 서울신문 사장에 지원한 바 있다.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번 폭로를 통해 입증됐다.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3번 지원했다. 2012, 2015, 2018. 모두 탈락했다. 찍어 놓고 진행하는 사장 공모. 그 벽을 깨기 위해 도전했지만 잇따라 실패했다. 2021년에도 도전할 생각은 갖고 있다. 45기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 도전은 2012. 내 나이 53살이었다. 그해 27일 국장 사표를 내고 사장에 도전했다. 이명박 정부 때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서울신문 분위기를 바꿔 놓고 싶었다. 당시 서울신문은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고, 파벌이 심했다. 그것부터 깨는 것이 필요했다. 노조위원장 경험도 있었던 만큼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내 꿈을 이룰 수 없었다.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당시 서울신문은 현직의 경우 사표를 내야 사장에 출마할 수 있었다. 기자 가운데 나만 사표를 내고 출사표를 띄웠다. 주위에서도 깜짝 놀랐다. 청와대 측과 다 얘기가 됐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리 없다. 그런 성역을 깨려고 출마했는데 사전에 접촉을 했겠는가.

2012년 서울신문 사장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가까운 인척이 됐다. 그런 사람과 붙었으니 될 리 만무했다. 나 역시 청와대 수석 등 여러 명과 친분도 있었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대답은 똑같았다. “오 국장은 나이도 있으니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었다. 이미 내정해 놓고 공모를 진행했던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2015.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정인의 내정설이 흘러 나왔다. 그 사람도 청와대 측과 긴밀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그 사람이 됐다. 그러려면 공모를 할 필요도 없었다. 사람을 찍어 놓고 하는 공모가 무슨 공모인가. 당시 임원진 인사도 웃음을 샀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2018년에도 도전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현재 고광헌 사장이다. 고 씨는 한겨레신문 사장 출신이다. 공모 마감 전 갑자기 원서를 냈다. 누가 보더라도 청와대 측과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고씨는 그 사실도 인정했다. 신재민씨의 폭로를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비단 서울신문 뿐이랴.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KBS MBC YTN 연합뉴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정부 입맛에 맞는 기사가 양산된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런 것을 막기 위해 사장이 되려고 했다. 하루를 하더라도 사장이다. 언론사의 낙하산 사장. 이것은 정말 아니다. 그럼 언론의 자유가 영영 멀어진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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