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 한다

윤창효
윤창효

[광교신문 칼럼=윤창효] 굴삭기 3대가 산으로 투입됐다. 멀리서 보면 장난감 같다. 산에서 일하는 굴삭기는 그렇게 큰 것들이 아니다. 날렵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되면 큰놈이 올라 오기도 한다. 한대는 우선 투입되어 작업로를 만들어 나간다. 목재용으로 잘라놓은 통나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산이 다 그렇지만 산으로 진입 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몇 년 전 산을 관통하는 2차선 도로가 개설되면서 도로를 따라 높은 벽이 생겨 버렸다. 진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경사도여서   그런대로 진입이 괜찮았다. 남의 산으로 길을 낼 수도 없다. 서로 동의를 받으면 되기도 하지만 차후 복잡해질 공산 이 많다.

골짜기로 진입하기로 한다. 골짜기를 따라 주로 물길이 있는데 대부분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물길은 배수로를 잘 만들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대로 시작은 좋았다. 토양이 적당히 작은 돌과 섞여 있어서 작업 하기에 무난 했다. 입구를 편하게 치고 올라갔다. 오른쪽은 그런대로 무난했다. 하지만 왼쪽으로 길을 만드는 대는 시작부터 난관이다. 암반 지역이 나왔다. 비껴갈 수가 없다. 큰 암반을 깨고 나가야 한다. 이틀은 꼬박 작업을 한 것 같다.

그저 돌 깨는 일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1미터 진출이 힘들다. 오히려 작업자는 그러려니 하고 작업을 한다. 돌을 깨는 일도 문제이지만 깨진 돌로 길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암반이 있다는 것은 경사도가 급하다는 얘기다. 주위의 큰 돌을 가져와서 주춧돌을 만들고 그 위에 비교적 작은 돌들을 쌓아 나가야 길이 확보된다. 길을 튼튼하게 하지 않으면 큰비에 쓸려 내려가 산사태가 나기도 한다. 행여 도로 쪽으로 쓸려 내려가면 큰일 난다.

인건비 때문에 보통 야산에서 보조 인력 없이 혼자서 자기 지역의 작업을 한다. 그러니 경사가 높은 지역은 굴삭기에서 작업을 하다가 뛰어 내려와 경사도를 보기도 하고, 돌을 놓을 자리를 보고 다시 굴삭기로 올라가곤 한다. 난관 지역에서 얼마나 자주 굴삭기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모르겠다. 작업 반경 내에 나무가 걸리면 20미터가 넘는 나무를 치고 나가기도 한다. 쓰러진 나무를 이용하여 난간을 보강하기도 한다. 나무가 난간을 버텨주냐고 했더니 나무는 토양에 풀이 나고 이런 저런 식물들이 자라고 물길과 바람길 따라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잘 버텨 준단다. 특히 낙엽송은 충분히 단단하다. 해발700미터 높은 산 이라 이런 난관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 암반 지역은 모조리 큰 돌이다.

길 내는 일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한다. 주로 업주가 한다. 사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재 수집용 굴삭기는 필요하면 수시로 고용 하는 형태이다. 한달은 꼬박 길 내는 일을 한 것 같다. 일단 걸어 다니기에 너무 좋다. 4륜 SUV 도 잘 다닌다. 작업자들도 차를 타고 굴삭기 근처까지 올라 다닌다.

알고보니 굴삭기 작업자들도 작업하는 성격이 있고 분야가 나름대로 다르다고 한다. 모든 상황을 거침 없이 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섬세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우리 작업자는 잘 치기도 하고 섬세 하기도 하다. 장담한다.

 

 

■ 프로필

- University of East London 졸업 (BA in Business Studies)
- 2016~현재  컬쳐클럽700 리더
- 2003~현재  씨엠코포레이션 CEO 
- 현재 고향인 경남 거창을 오가며 해발 700미터의 청정 문화를 전달 하는 컬쳐클럽700 에서 임야를 관리하고 임산물을 재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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