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져

[오풍연 칼럼=광교신문]그는 스물 네 살 꽃다운 나이에 갔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컨베이어 작업 중 기계장치에 몸이 끼여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그의 유품이 15일 공개됐다. 곳곳에 탄가루가 묻어 있는 수첩, 그리고 슬리퍼를 비롯해 육개장과 진라면 등 각종 컵라면이 고인이 지닌 마지막 물건들이었다. 이 유품만 보더라도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컨베이어에 끼었을 때 얼마나 끔찍했겠는가. 순간 죽음이 다가왔을 터.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이 세상과 이별했다. 뒤늦게 청와대도 관련 수석을 보내 위로했다. 그러나 싸늘한 반응에 부랴부랴 조문을 마치고 자리를 떠야 했다. 김씨의 빈소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4일 방문했다가 유족 및 김씨 동료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수석은 지난 14일 오후 2시쯤 '김씨의 유가족을 위로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충남 태안의료원 상례원 김씨 빈소에 도착했다. 이에 김씨의 유가족과 한국발전기술 동료 직원들은 이 수석에게 "만나 달라고 할 때는 오지도 않더니 사람이 죽어야 오느냐"라며 "죽은 사람과 얘기할 수 있느냐"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렇다. 죽은 다음에 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김씨와 같은 죽음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마다 대책을 호소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김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 1일 근로조건 개선 노조 캠페인에 참가해 안전모와 방진마스크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는 피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은 바 있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김씨 유족 측은 “어제 직접 현장을 보니, 이건 사소한 산재가 아니라 인재”라면서 “그런 시설 때문에 이미 11명이 죽었고, (용균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을 그런 환경으로 내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와 비정규직 숫자를 아느냐”고 이 수석에게 물었고 이 수석은 “여기, 토론하자고 온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대응했다. 이 수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앞서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컨베이어 운전원인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3분쯤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의 석탄운송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인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 혼자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에 의지해 일하던 김씨는 컨베이어 기계 속에 머리와 몸을 집어 넣어 작업하던 도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해 숨졌다.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한다. 김씨는 하청업체 중 한 곳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씨는 이 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한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고 올해 9월 입사해 일하기 시작했다. 정규직에 대한 그의 꿈도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또 다른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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