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 한다

윤창효
윤창효

[광교신문 칼럼=윤창효] 아침 7시부터 산에 ‘왱왱’ 엔진 톱 소리로 난리가 났다. 여기 저기서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우지끈 쿵!  우지끈 쿵!’  40년 동안 조용하던 숲이 그야말로 전쟁 통이다. 

벌목 작업은 극한직업이다. 안전사고도 잦다고 한다.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운 급경사에서도 높이가 20미터가 넘는 나무를 엔진 톱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잘라서 넘어 드린다. 나무를 넘어 드리면서 옆에 있는 키워야 할 나무의 가지들을 쳐준다. 대단한 기술이고 위험한 작업이다.

혼자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2명이 한조가 되어 산을 휘젓고 다닌다. 오늘은 4개조 8명이 움직인다. 여기 저기서 20미터가 넘는 낙엽송 들이 쓰러지기 때문에 잘 못 접근 했다가는 큰일난다. 목재로 사용 될 나무는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하여 6자(1.8미터) 또는 7자 ( 2.1미터)로 자른다.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업을 한다. 

산에서 내려왔다 다시 현장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점심 한끼를 대접 하려고 해도 어렵다. 작업자들은 주로 도시락을 등산 가방에 각자 싸가지고 다니며 그자리 에서 먹는다. 기껏해야 새참으로 빵과 우유를 전달해 주는 정도이다. 

한번은 멋 모르고 같이 한잔 하자고 막걸리와 간식용 소시지를 가져갔다가 핀잔만 들었다. 음주 후 작업은 바로 큰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다고 한다. 해발 700미터의 길도 없는 험준한 산을 한번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쓰러져있는 나무를 딛고 다니기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비 온 다음날, 쓰러져 있는 통나무를 밟고 건너가다 미끄러졌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나뭇가지 하나가 종아리를 찔러 큰 상처를 입고 한동안 고생 했다. 비에 젖은 통나무나 돌은 절대 밟으면 안된다. 초보 산 꾼이 결국은 일을 만든다.

매일 같이 출근하여 지켜보고 새참 전달하는 것도 일주일 정도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이유는 다리에 상처가 있어서 다니기에 성가시기도 하지만, 그 무엇 보다도 산주가 있으면 제대로 숲 가꾸기 사업을 못 한다고 한다. 잘려나가는 나무가 아까우니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큰 나무가 잘려서 나가 떨어지면 마음이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벌목 작업자들은 나무 매수 업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돈이 될만한 큰 둥지의 나무를 자른다. 그렇다고 사방에서 나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일일이 간섭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번은 잠시 돌아서서 소변 보고 오니까 큰 나무가 나가떨어져 있었다. “아니, 옆에 있는 작은 놈을 잘라 야지, 왜 이 큰놈을 자릅니까!” 돌아 오는 답변이 벌목 하는 사람 답다. ”야들 인자 금방 큽니다.”  정말 나무를 다시 부쳐놓으라고 말 하고 싶었다. 하는 수 없이 단단히 부탁하고 간식을 사가지고 뜸하게 들렀다. "나는 나무를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잘 키우기 위하여 간벌을 합니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해주세요. 부탁 합니다.”

작업이 시작되니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하층에 자라고 있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각종 약초, 산나물 등 식물들이 마구잡이로 잘려나가고, 동물들의 터전도 망가진다. 동물들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거나 피신해야 할 것이다. 한 벌목 작업자는 오소리가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죽어서 간을 빼먹었다고 자랑을 한다. 좀더 일찍 왔으면 나눠 먹었을 것이란다. ‘노 탱큐’ 입니다.

그렇게 숲 세상이 뒤집어졌다. 하지만 더 풍요로운 생태계를 일구기 위해서는 전쟁 같은 고통을 거쳐야 한다. 한달 정도를 간벌 작업을 하니 숲이 시원해져 갔다. 바람도 숭숭 들어 오고 햇빛도 잘든다. 숲 전체가 반짝 반짝 빛나는 듯하다.

 

 

■ 프로필

- University of East London 졸업 (BA in Business Studies)
- 2016~현재  컬쳐클럽700 리더
- 2003~현재  씨엠코포레이션 CEO 
- 현재 고향인 경남 거창을 오가며 해발 700미터의 청정 문화를 전달 하는 컬쳐클럽700 에서 임야를 관리하고 임산물을 재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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