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6)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지난 주말에 내가 알고 좋아하는 시인의 북 콘서트에 갔었다. 좋은 시를 많이 쓰고 산문도 쓰고 동화와 그림책도 짓는 유명한 시인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입담도 뛰어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의 글을 읽는 것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뒤풀이 모임에서 나눈 어떤 시인과의 대화가 주인공과의 만남 못지않게 뜻깊고 유익하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의 습작에 대한 평가를 듣기도 하면서, 시와 시인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어떤 책을 읽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글이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쓰고 있다. 그런데 시는 좀 특별한 글이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특별한 글은 아무나 쉽게 쓸 수 없다. 사전에 보면 시는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라고 되어 있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적확한 정의이다. 느낌과 생각은 모든 글에 담겨 있다. 그런데 그것들을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시의 형식적·기교적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시적으로표현하는 데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가 어렵다고 느낀다.

시적으로표현한다는 것, 시를 짓는다는 것에서 과거에는 시의 형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대시에서는 외적인 운율보다는 느낌과 생각을 풍부하게 그려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자유시가 발달했고, 최근에는 산문시도 많이 쓰여지고 있다.

운율과 압축미를 무시하는 시는 내용이 좋아도 격이 낮은 시로 여기는 사람도 많고, 비유와 상징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시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 즉 시의 내용을 더 중요시하고 형식에는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시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그것이 자유시의 특징이고 현대시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시가 격조 높은 좋은 시인가? 흔히 좋은 시의 조건으로 메시지(의미, 내용), 재미(읽는 즐거움), 감동 등을 들고 있다. 김종해 시인은 <시인 선서>라는 시에서 시에 대한 절실함과 치열한 장인의식, 삶을 위로하고 약한 자의 편에 서는 것 등이 훌륭한 시인의 조건이고, 그런 시가 좋은 시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시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독자의 가슴 깊이 감동을 주는 시를 써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시인 선서 / 김종해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시이며, 거짓말시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전횡(專橫)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억압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시인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盟友)여야 한다.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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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