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부총리,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 강조
[오풍연 칼럼=광교신문]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0일 물러났다. 따로 이임식도 갖지 않고 사무실에 들러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물론 기재부 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공직자로서 본받을 만한 자세다. 나도 그의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터라 아쉬운 생각도 든다. 나는 경제수장으로서 너무 대가 약하다고 봤다. 그래서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함께 동반사퇴를 요구했다.
내가 김 전 부총리를 처음 본 것은 2000년대 초다. 나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있었고, 그는 비서실장실 보좌관으로 있었다. 당시 비서실장은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였다. 인상에 남는 대목이 있다. 내가 비서실장을 뵈러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배웅하곤 했다. 사실 이런 공무원을 보긴 힘들다. 흙수저 출신인 그가 최고 자리에까지 오른 몸가짐이 아닌가 싶다.
후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홍 부총리에게도 가혹한 평가가 쏟아진다. 무색무취하다고 지적한 언론들이 많다. 이 점은 홍 부총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김 전 부총리는 그래도 자기 소신이 있었다. 홍 부총리도 경제사령탑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인기 없는 정책을 펼치려면 국민들을 더 설득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이 서야 나온다"면서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고 말했다. 그 스스로 작은 용기는 있었다고 실토한 셈이다. 사의를 먼저 표명한 것도 그다.
헤밍웨이의 얘기도 꺼냈다. 그는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다"면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있게 맞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부총리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듯하다. 소신과 철학이 있는 경제부총리가 나와야 한다. 뚝심이 없으면 휘둘릴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에게 우려하는 점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3년 6개월이나 남았다. 경제가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1기 경제팀보다 2기가 더 중요하다. 홍 부총리가 세간의 걱정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경제부총리 하루를 하더라도 옹골차게 하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나라를 위한 일이다.
- 오풍연 칼럼니스트
-
오풍연 칼럼니스트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