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서 공개, 누구도 탓하지 않고 모든 것 안고 가겠다고 말해

[오풍연 칼럼=광교신문]군인 이재수는 갔다. 홀연히 모두의 곁을 떠났다. 죽음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다. 거듭 말하지만 죽음이 미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 주었다. 살아 있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 신문 사설을 봤다. 분명 큰 뉴스였는데도 조선일보만 사설로 다뤘다. 아직도 우리 언론이 깨어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오늘도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뉴스 1위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그럼 사설로도 다뤘어야 옳았다. 그 평가는 달라도 된다. 이슈화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얘기다. 나는 1인 독립언론을 선언했다. 당연히 새벽에 칼럼을 썼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기에 모든 신문의 사설을 훑어 봤던 것. 나 역시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지만, 조선일보는 이슈 선점을 잘 한다.

8일 이재수의 유서가 공개됐다. 내용 또한 구차하지 않았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본인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했다. 군인답다. 서울삼성병원에 빈소도 마련됐다. 보수 진영 인사만 보인다고 했다. 진보 측 인사들은 왜 못 나타날까. 멱살이라도 잡힐지 모른다. 그래도 문상을 하는 게 사람의 도리다. 그럴 자신들이 없는 것 같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 부대원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면서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검찰을 원망할 만 한데 말을 아꼈다. "영장심사를 담당해 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 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 60평생 잘 살다 간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유서 내용을 볼 때 며칠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분하게 조목조목 짚었다. 만약 즉흥적으로 투신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늘 새벽 ‘검찰 이제 그만 칼춤을 멈춰라’는 칼럼을 썼다. 그 칼럼을 보고 3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들 격앙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욕했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을 죽인다고 흥분했다. 맞다. 정권이 사람을 죽였다. 여기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인가. 문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고 싶다. 대통령은 국민의 신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보호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 슬픈 현실이여!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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