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4)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시와 노래는 오누이이다. 노래를 위해 지은 시도 있고, 시에 가락을 붙여 만든 노래도 있다. 옛 사람들도 한시, 시조, 가사를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불렀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벗들이 우리 집 대청마루에 모여 시조를 노래로 부르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를 가곡으로 만든 노래가 매우 많고, 대중가요의 가사가 된 시도 있으며, 동시가 동요로 불리는 것들도 있다. 처음부터 노래로 만들기 작시된 <그리운 금강산>, <기다리는 마음> 같은 시도 있고, 가곡과 대중가요로 함께 만들어진 시도 있다. 

  시가 노래가 된 것으로 우리가 많이 부르는 <그대 있음에>, <푸르른 날>, <향수>, <산 너머 남촌에는> 등이 있고, 즐겨 부르는 동요 <등대지기>, <섬집 아기> 등도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요즘은 가곡이나 대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노래 말고도 특별한 의미와 풍부한 서정성을 가진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시노래’가 새로운 장르처럼 생겨났고, 그런 노래만 전문적으로 부르는 ‘시노래 가수’도 있다.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것은 시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거꾸로 시는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에 의미와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노래의 가사가 된 시를 노래 대신 시로 천천히 낭송해 보는 것도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시인이 아닌 가수가 지은 노랫말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이 세상에 시가 있고 노래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래가 된 시, 시를 품은 노래 몇 편을 소개한다.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이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랑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산 너머 남촌(南村)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가.
그리운 생각에 영(嶺)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아침 이슬 / 김민기 작사, 양희은 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프로필 

- 1975 충남 예산고 졸업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95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 2005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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