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3)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이 세상에 시가 있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세상에 시가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노래가 있는 것과 같다. 꽃이 있고 별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것과 같다. 시를 통하여 모든 사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사람과 삶을 더 깊이 통찰할 수 있으며, 세상을 더 잘 잘 이해할 수 있다. 시가 있기에 우리는 더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고, 더 고결한 사랑을 할 수 있고, 슬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백미숙 시인은 <시가 있음을>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이 지구에 울부짖음 가득하고
  세상 이곳저곳에 서러움 흐느껴도
  나에게 삶의 보람이 있다면

  모순과 부정이 온 누리에 가득하고
  우박이 쏟아지고 사랑이 메말라도
  나에게 삶의 보람이 있다면

  정녕
  그것은
  가슴을 달래어 주는
  시가 있음이니
  거기엔
  그리운 사람의 눈동자가 있고
  포근한 어머니 젖 내음이 있다

- 백미숙, <시가 있음을>, 부분

  이렇게 좋은 것이 시이건만 사람들은 시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많이 즐기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누구나 시를 접하고 읽고 배워왔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시를 읽고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시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학교 시 교육에서 시를 가슴으로 읽기보다는 분석하여 문제를 푸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 때문이라고도 한다. 시인이 자기 시를 가지고 낸 문제를 못 풀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시를 너무 어렵게 쓰는 시인들을 탓하기도 한다. 
  시는 어렵지 않다. 시를 읽는 것은 고역이 아니고 즐거운 일이다. 시를 읽는 것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노래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주 듣다 보면 쉬운 노래, 재미있는 노래, 의미 있는 노래가 생기고 그래서 자주 듣고 즐겨 부르다 보면 노래가 좋아지는 것이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시를 즐겁게 읽기 위해서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른바 시 낭송이다. 노래를 악보로만 읽는 사람은 없다. 노래는 불러야 노래이다. 시도 낭송하면 훨씬 더 깊이 가슴에 들어온다. 요즈음은 시 낭송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 협회도 생기고 전문적인 시낭송가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전문적인 시낭송가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시, 내가 지은 시를 내 목소리로 읽으면 시의 맛과 멋이 훨씬 좋아지고 시 읽기가 더 즐거워진다. 좋은 시를 내 목소리로 낭송하여 녹음해서 틈날 때마다, 또는 여행 중에 들어보는 것도 좋고 벗들과 나눠도 좋다. 
  시를 즐겁게 읽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필사하는 것이다. 경전이나 좋은 책, 좋은 글을 필사하면서 깊이 묵상하듯이 시를 내 손으로 종이에 쓰면서 음미하면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큰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시 노트를 만들어 내가 읽은 시를 차곡차곡 쌓아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시를 필사하여 함께 나누는 모임도 있다. 함께 나누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오늘은 쉽고 재미있는 사랑을 주제로 한 시 두 편을 나눈다. 소리 내서 읽어보고 공책에 써 보면 좋을 것이다. 

사랑이랍니다 / 최다원
 
때로
고요할 때 떠오르는 이
있다면 그건 추억이지요

가끔
사색의 뜨락을 찾아주는 이
있다면 우정이라 하고 싶구요

울컥
그리워지는 이
있다면 영원한 그리움이지요.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면 축복이구요.

보고파서 외로워서
눈물이 맺히고 가슴 한쪽이 저려온다면
사랑이랍니다.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프로필 

- 1975 충남 예산고 졸업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95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 2005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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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