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 한다

윤창효
윤창효

[광교신문 칼럼=윤창효] ‘한국산림아카데미’ 에서 ‘산야초 전문가 과정’을 하며 산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임산물 공부를 했다. 산에 가서 그냥 나무와 먼 산만 바라보고 경치를 즐기는 것도 하루 이틀 이다 싶다. 산에서 직접 뭔가를 키워 보고 싶었다. 산에서 자라는 임산물의 종류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알려진 것만 200여가지이고, 30여가지는 인위적으로 재배 할 수 있다고 한다.

거창으로 내려 가서 산을 자세히 둘러 보기로 했다. 약40년 동안 관리되지 않은 산을 문외한이 살펴 본다고 무엇을 알겠나. 백두대간 덕유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해발 700m 이상의 험준한 산이다. 

숲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신록이 울창한 6월의 숲을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몇 년 전 도로가 산 아랫부분을 관통하는 바람에 가파른 경사면이 생기면서 진입할 수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능선까지 가면 비교적 편안하게 등반할 수 있다. 그야말로 길도 없는 한국판 정글이다. 잔가지 들이 얼굴을 찌르고 쉽지 않다. 얼마 못 가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거친 숲을 헤쳐 나가는 것은 무모 하다.

다음 날 제법 두툼한 옷과 모자로 단단히 몸을 보호하고, 정글 용 칼을 구입하여 잔가지들을 치면서 올라 갔다. 4분 능선 해발 700m까지는 낙엽송과 잣나무가 조림 되어 있다. 40년 된 낙엽송은 수고가 20미터는 족히 넘는다. 쭉쭉 벋었다. 위를 처다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하다. 40년전 제대로 된 기계와 장비도 없이 인력으로 조림과 육림을 한 것이다. 대단한 일들을 하셨다. 

자세히 보니 좁은 길들이 숲 속에 나 있었다. 동물들이 다니는 길이다. 좁은 동물들이 다니는 길은 유용하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동물들도 다닌다. 길을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깊은 숲 속에 군데 군데 음료수 병도 보이고 술병도 보인다. 분명히 약초 꾼 들이 지나 다니는 것이다. 약초 꾼들은 멀리서 산세를 보면 어디에 무슨 약초가 자라는지 알 수가 있고, 다니는 곳도 정해 져 있다고 한다. 쓰레기만 안 버리면 좋겠다. 

50m 이상을 올라 가니 능선이 나왔다. 능선을 따라 정상인 해발 890m 고지를 향해 등반을 시작했다. 조림한 지역을 지나니 자연림 지역이 나온다. 낙엽송은 수고가 20m 이상이고 잣나무 아래는 잡목과 잡풀이 없어서 다니기가 수월 했지만, 천연림은 소나무 참나무 진달래 등이 다양하게 엉켜 있어 다니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의 급경사를 뚫고 드디어 해발 890m 정상에 올라왔다. 오랜 기간 방치된 숲에 진입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다음 날 군청산림과를 찾아가 진입이 어려운 산에 들어가는 방법과 그곳에서 임산물 재배하는 방법을 문의했다. 답변은 너무 간단했다. ‘일괄 숲 가꾸기 시스템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해서 간벌을 하고 하층 식생도 말끔히 정리해 준다고 한다. 좋다. 이런 경우는 수십년 동안 세금을 열심히 낸 보람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산림녹화 사업을 통해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성과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가꾸어 지지 않은 숲은 나무가 숨을 쉬지 못하고 햇빛이 통하지 않아 하층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유림은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무를 심고 키우기만 했지 관리를 못해 숲이 제대로 형성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괄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간벌을 하고 잡목을 정리하고 난 후 숲이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가꾸어진 모습과 그 속에서 임산물을 재배 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 프로필

- University of East London 졸업 (BA in Business Studies)
- 전문분야 : 컴퓨터 하드웨어 무역 및 마케팅 업무 30년
- 2016~현재  컬쳐클럽700 리더
- 2003~현재  씨엠코포레이션 CEO 
- 1997~2003 아이윌코리아.  CEO
- 1989~2003 컴퓨마트 CEO
- 1987~1988 노무라 인터내쇼널 (런던)
- 30년간 컴퓨터 하드웨어 브랜드 마케팅 분야 근무 하였음.
- 현재 고향인 경남 거창을 오가며 해발 700미터의 청정 문화를 전달 하는 컬쳐클럽700 에서 임야를 관리하고 임산물을 재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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