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운전 검사에게 견책처분만 내려

[오풍연 칼럼=광교신문]면허정지 수준의 음주운전을 한 검사에게 훈계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고 해 난리다. 법무부장관이 얼마 전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라고 지시를 내렸음에도 팔은 안으로 굽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무거운 징계를 통해 검찰 스스로도 엄격함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양 모 검사는 지난 3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8%였다. 7개월 만인 지난달 법무부는 양 검사에게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을 했다. "양 검사가 수사관들에게 저녁을 사주고 청사로 돌아가 업무를 보다 술이 깬 것으로 생각해 운전대를 잡았다"며 정상참작을 했단다. 이런 식이라면 누구도 중징계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된다.

같은 수사기관인 경찰은 어떤가 보자. 경찰관들은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하면 사유가 어떻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 이처럼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가 추가 해명을 내놨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 미만으로 한 번 적발되면 견책에서 감봉까지 처분하게 돼 있던 징계 규정을 지난 6월 감봉만 하도록 강화했지만, 이 사건은 그전에 발생해 소급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참 핑계를 잘도 둘러댄다.

앞서 대검찰청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감봉' 처분을 청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법무부가 심사 과정에서 견책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음주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지난달 21일. 양 검사가 가장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은 건 이틀 뒤인 23일이었다. 모양새가 조금 우습지 않은가.

검찰의 내 식구 감싸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법원을 욕할 것도 없다. 그들도 법원과 다르지 않다. 현직 검사가 구속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드물다. 그 전에 옷을 벗기고, 자연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한다. 검찰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에서다. 눈 가리고 아옹이다. 영(令 )이 서려면 잔신들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견책이 아니라 정직 정도의 징계를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모든 공직 사회에도 경종을 울렸을 것이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단순 음주운전(첫번째)이 적발되면 견책 또는 감봉(1개월~1년간 보수의 3분의 1 이하를 감액) 처분하고, 인적ㆍ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감봉 또는 정직(1~6개월간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관의 경우 단순 음주 1회 만으로도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검사의 음주운전 징계가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약한 셈이다.

견책은 검사징계법상 5개의 징계 종류(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ㆍ견책) 중 가장 가벼운 단계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도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을 받아 ‘반쪽 징계’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듯하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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