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구속되고 두 딸도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오풍연 칼럼=광교신문]부모의 욕심이 빚은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아버지는 구속됐고 쌍둥이 두 딸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숙명여고 시험지 및 답안지 유출 사건 결론이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버지는 두 딸에게 정직 대신 부정을 가르친 꼴이 됐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진실은 덮어질 수 없다. 정의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이들의 아버지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A씨(51)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5회에 걸쳐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쌍둥이 자매의 암기장에서 발견된 시험문제 정답과 시험지 한켠에 흐릿한 필체로 작고 빼곡하게 적힌 정답 등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성적이 한꺼번에 수직 상승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두 딸은 121등과 59등에서 전 과목의 유출 정황이 드러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문·이과 각각 1등을 차지했다. 누가 봐도 의심을 살만하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소문이 퍼져 나갔고, 학교 측도 부인하다가 급기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숙명여고는 서울대 등 명문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라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학교 측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숙명여고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존중하며 교육청과 협의하여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쌍둥이와 같은 학년에 속해있는 2학년 문·이과 학생들의 성적도 곧 재산정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또 “A씨에 대한 파면도 징계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학생과 학부모님, 졸업생 여러분께 상처를 드리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학기 기말고사까지는 각 고사당 1과목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선 3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선 전 과목 답안이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봤으니 1등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쌍둥이 자매의 모의고사 성적은 과목에 따라 세자릿수를 맴돌며 내신 성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니 누가 의심을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A씨와 두 딸은 끝까지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A씨가 자백을 할 경우 쌍둥이 자매에 대해선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선처도 검토했다. 경찰은 지난 8일 A씨에 대한 마지막 소환조사에서 “이제라도 자백을 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이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릴 것”이라 반발했다고 한다.

A씨가 구속됐을 때도 칼럼을 쓴 바 있다.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그러나 A씨는 진실을 덮었다. 때문에 일말의 동정도 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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