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정부와 결이 다른 쓴소리 쏟아내

[오풍연 칼럼=광교신문]고등학교 대선배가 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분이다. 유명한 헌법학자. 현직에 있을 때는 입각 제의를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물리쳤다. 지금은 명예교수로 계시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쓴소리를 빼놓지 않는다. “학자니까 쓴소리를 하는 겁니다”. 양심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 분의 평소 소신이다.

우리나라 학자 가운데 소신이 뚜렷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거의 없거나, 별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정권에 잘 보여 자리라도 하나 얻으려는 폴리페서가 훨씬 많다. 한국만의 특징이 아닐까도 여겨진다. 문재인 정부도 폴리페서가 득실거린다. 실력보다는 이른바 코드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 틀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요즘 구구절절이 옳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 정권에는 쓴소리로 비칠 터. 정부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사람이 이처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부의장이 학자적 양심을 자리와 바꾸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김 부의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조업 가동률 부진 문제를 지적하며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렇다. 위기논쟁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위기가 분명한 데도 위기가 아니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 흐름이 (투자·생산능력의) 감소와 (가동률)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 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 진다"고 지적했다.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외환위기(1998년) 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부의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한 세미나 참석해 "일자리가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선순환 이뤄지려면 일자리가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 일자리가 줄면 근로자 전체의 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고 내수가 부양해 성장한다는 논리가 끊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정의로운 경제다. 일자리를 파괴하면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면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정책을 수용하는 대상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면 독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김 부의장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도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면 안 된다. 최악의 경우 공장이 가동이 멈출 수 있다. 그런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물 경제가 중요한 이유다. 첫째도, 둘째도 경제다. 그리고 경제는 심리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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