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 퍼붓다 쫓겨나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언론의 첫 번째 역할은 뭘까.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권력을 강력히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력이 비판을 받지 않으면 오만해진다. 정치권력이 비판 받는 것은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견제와 균형.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나도 30년간 기자생활을 했지만 지금처럼 펜을 세우지 못했다. 그 점은 늘 아쉽게 생각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속담도 있다. 펜이 무디어지면 안 된다. 1인 미디어 오풍연 데일리 칼럼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력과 재벌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지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양심껏 글을 쓴다. 물론 거기에 따른 책임도 진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기자가 부딪친 것. 백악관은 그 기자의 출입증을 빼앗았다고 한다. 그럼 누가 손해일까. 국민은 빼앗긴 자의 편에 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좁음을 나무랄 게다. 미국 언론이 부럽기도 하다. 그만큼 선진국이라는 얘기다.

그 과정을 보자. 발언권을 얻은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려 한 것 아니냐고 아코스타 기자가 따지듯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난 그들이 입국하길 원한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코스타 기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민자 행렬을 향해 '침략'(invasion)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은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침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운영하게 해달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코스타 기자가 러시아 스캔들까지 거론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리키며 "그걸로 충분하다. 자리에 앉아라.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급기야 기자회견 진행을 돕던 백악관 여성 인턴이 다가와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백악관은 여기서 꼬투리를 잡았다. 인턴이 아코스타 기자에게서 마이크를 가져오려 하고 아코스타 기자는 마이크를 계속 붙잡고 있으려 하다가 팔이 닿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백악관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한다"고 발표하며 아코스타 기자가 백악관 인턴에게 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아코스타 기자에게 "당신은 무례한, 끔찍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CNN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어 "당신이 세라 허커비 샌더스를 대하는 방식은 끔찍하다"면서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끔찍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대통령에게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럼 기자는 영웅이 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코스타 기자에게서 한 수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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