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 영장 발부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숙명여고 쌍둥이 아빠가 결국 구속됐다.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영장을 발부했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아빠는 마지막까지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물론 피의자에게 방어권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비뚤어진 부정(父情)이 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줄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지경까지 사태를 키운 아빠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밤 아빠(53)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행의 특성과 피의자와 공범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선 영장심사에서 아빠는 "문제를 유출한 적 없고, 자택과 딸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모는 공부하면서 남겨둔 단순 메모이며, 경찰이 정황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끝까지 발뺌을 했다고 할까. 오리발을 내밀어서 될 일이 있고, 안될 일이 있다. 아빠가 그 분간을 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사건에서 CCTV 등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경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아빠의 '수상한 야근'이다. 아빠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인 4월 21일과 기말고사 닷새 전인 6월 22일 교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했다. 두 번 모두 교무실 금고에 시험지가 보관되기 시작한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의심을 살 만하다.
아빠의 진술도 오락가락했다. 아빠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는 "금고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4월 21일 야근할 때 과거 적어뒀던 비밀번호를 찾아 금고를 열었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시험지를 추가로 넣느라 금고를 연 것이고, 해당 과목 선생님도 함께 있었다"며 문제유출 혐의는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 중 이과인 동생의 '수상한 오답'도 핵심증거로 제시했다. 이 학생은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에 '10:11'이라고 적어냈는데, 이는 출제 및 편집 과정에서 잘못 결재된 정답이었다. 정답은 '15:11'로 수정돼 채점에 반영됐다.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 낸 학생은 쌍둥이 동생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문제·정답 결재라인에 있었던 아빠가 정정되기 전의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적이 뭐길래. 두 딸은 아빠의 욕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아빠의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다. 딸들이 아빠에게 성적조작을 부탁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자식은 정직하게 키워야 한다. 그것이 부모된 사람으로서 도리다. 아빠는 그것을 망각했다고 할까. 성적지상주의. 우리 학교 교육의 한 단면이다. 숙명여고 또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근본적인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 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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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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