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 살해 확실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자말 카슈끄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했던 언론인이다. 그런데 터기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들어가는 장면은 CCTV에 잡혔지만 나오는 장면은 없다. 영사관에서 살해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개입 증거가 속속 보도되고 있다.

미국의 CNN방송은 자말 카슈끄지 시신이 살해 후 토막났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또 다수의 정황 근거를 토대로 사우디 왕실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는 등 눈엣 가시 같은 존재였던 카슈끄지를 영사관 안에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도 지난 2일 이스탄불에 도착한 15명의 사우디 남성들이 카슈끄지 실종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터키는 CNN에 카슈끄지 실종 당일 확보한 암살 용의자 7명에 대한 여권 사본을 제공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사우디 내무부 법의학 책임자였으며, 또 다른 한 명은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사우디 국영TV에 출연했던 측근 인사로 확인됐다. 앞서 터키 언론은 15명의 남성들 중엔 전직 빈 살만 왕세자 경호원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배후설을 부인하며 카슈끄지가 영사관을 나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관련해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으로 들어간 이후 다시 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살해된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바꿨다. 사우디 정부가 개입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사우디 왕실을 대변하고 나섰다. 미국의 이익을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사우디로의 무기 판매는 미국 회사들에게 엄청난 주문”이라며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취소하는 것은 미국이 미국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살 수 없게 되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를 가진 뒤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왕세자가 신속하고 완전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곧 조사결과가 나올 것”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누가 봐도 사우디 정부의 개입이 확실한데 미국은 발을 빼고 있다. 사우디는 친서방, 특히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무기도 가장 많이 구입한다. 미국도, 사우디도 속히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할까. 국제관계는 이렇다. 실리를 먼저 추구한다.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면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 놓고서도 입을 맞춘다. 그나마 미국 의회에선 대(對)사우디 제재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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