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백화점 보는 듯 해, 스스로 자정해야 근절 가능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요 며칠 사립유치원 명단 폭로로 시끄럽다. 비리 및 부정이 있는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는데 이처럼 난리다. 민주당 초선 박용진 의원이 주역이다. 박수받을 일을 했다. 그런데 유치원 연합회에서는 박 의원을 고소하겠단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방구 낀 놈이 성낸다던가.

이들 유치원의 비리 실태도 밝혀졌다. 비리 부동산을 보는 듯하다. 코 묻은 돈을 쌈짓돈처럼 쓰기도 했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이처럼 부도덕하지는 않다고 본다. 정말 쓸 데 쓰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게다. 하지만 대부분 유치원이 감독기관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손을 보는 것이 100% 옳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최근의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 공개 사안과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틀 전에는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감사결과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박용진 의원이 확보한 17개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결과를 MBC가 보도한 지 나흘 만이다.

이들은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 16일에는 경기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심려를 끼쳐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회계·감사기준 탓에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것에 맞대응을 본격화한 셈이다.

사실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보도됐지만 그대로 묻히곤 했다. 이러는 사이 비리는 더 대담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 백태를 보니까 그랬다. 그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있을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이 스스로 도덕 불감증을 떨어내야 학부모들의 근심 걱정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투명한 회계시스템 도입,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유치원의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 비리를 확실하게 근절하려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명품 가방 구입 등 수업료를 대놓고 쓴 유치원 원장도 있지만 비리 유치원 상당수는 공사비 부풀리기 같은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가로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학부모들의 상시적인 감시 체계 도입과 내부 비리 제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립유치원에는 정부가 연간 2조원이나 보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유치원이 돈을 투명하게 쓰는지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유치원 운영자들이 반성해야 한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멋대로 예산을 쓰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유치원 편을 드는 여론은 거의 없다. 자업자득이다. 차제에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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