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전화 안 받고, 메시지만 보내

[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어제 지인에게서 슬픈 얘기를 들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온 이후의 일들이다. 사실 며느리는 남의 식구. 우리집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아들이 하나 있기에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며느리가 이뻐 전화를 했단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전화를 받지 않고 얼마 뒤 메시지가 왔더란다. "왜 아버님은 저희 친정 부모님보다 더 전화를 많이 하세요." 이럴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도 방금 생각이 안 난다.

그 시아버지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며느리를 나무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무라면 다툼이 생길 터. 이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렇긴 하다. 자식도 출가하면 내 새끼가 아니다. 나는 그 같은 일을 상상조차 하기 싫다. 아들도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아빠가 하도 전화를 많이 해서 내 아내도 싫어할 것 같아요."

사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며느리한테도 안 그럴 리 없다. 나는 이쁘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나도 지금까지 생각을 바꿔야 할까. 지인의 말씀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랬더니 두 갈래로 나뉘었다. 남자들은 더러 며느리를 옹호했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며느리 편이었다. 시아버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오늘 회사에 나갔다가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커피숍에 들러 이 얘기를 이어갔다.

뜻밖의 현상을 발견했다. 결혼해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직원은 며느리 편이었다. 시아버지나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면 싫다고 했다. 반면 미혼의 두 여직원은 며느리가 너무 한 것 같다고 했다. 기혼 여직원이 마침내 한마디 했다. “결혼해봐”.

“저도 두 며느리의 시아버지지만, 이건 슬픈 일이 아니라 시아버지 스스로 자신의 처신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봐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문맥으로 보아 평소에도 특별한 용무 없이 전화를 자주 걸었던 것 같은데, 시아버지 며느리 사이는 상호 예의를 지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기업 부회장을 지낸 분의 댓글이다.

대학생 딸을 둔 엄마의 얘기도 이와 비슷했다. “전화를 많이 하시긴 했나보네요 ㅎㅎ. 그런데 자주 전화를 하시면 불편하긴 할거예요 ~. 며느리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계속 이러시면 못참을 것 같으니 죄송하고 상처받으실 거 알면서도 할 수 없이 메시지 보낸 듯 하네요. 아무리 이쁘셔도 조금 자제하세요.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요~. 저같아도 너무 자주 전화하시는 시아버지 불편할 듯 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내한테도 말을 꺼냈다. “자기가 문제야. 전화 많이 하는 것” 전화도 조심해야 할 판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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