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

 우리나라 최고 대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서울대다. 그런 만큼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요즘도 서울대에 몇 명 들어갔느냐를 놓고 명문, 비명문을 가린다. 서울대 지상주의라는 말도 나왔다.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행세하기 어렵다는 얘기. 서울대의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서울대는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진도 최고다. 순혈주의가 깨지기는 했지만 95% 이상은 서울대 출신이다. 교수들 역시 국내파는 거의 없다. 학부는 서울대, 석·박사는 외국 유명 대학에서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학위로는 발붙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대 총장. 서울대 교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자리다. 현재는 직선제(일부 간선제 포함). 전체 교수들의 투표로 뽑는다. 재수, 삼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도 직선제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상아탑이 정치판처럼 변한 것. 총장이 되기 위해 별짓 다한다고 한다. 그럼 인기 투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마당발형이 뽑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서울대 총장 선거의 현실이다. 파벌도 생긴다. 국내 최고 대학의 총장이라면 지덕을 갖춰야 되는데 솔직히 의문이 든다. 특정인을 거론해서 그렇긴 하지만 정운찬 전 총장을 보자. 총리도 지냈다. 하지만 존경을 받지 못한다. 정치판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서울대 총장을 우러러 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은 아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도 아니다. 일부 폴리페서들도 그 자리를 맡았다. 그러면서 서울대 총장의 위상도 많이 떨어졌다. 급기야 총장 내정자가 성희롱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오늘날 서울대 총장의 현주소다.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이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다. 오 의원은 21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서울대 자연대 학장 출신인 오 의원은 2014년 제26대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과 함께 최종 후보 3인으로 이사회에 추천됐다. 당시 오 의원은 학내 정책평가에서 1위를 했지만, 이사회는 성 전 총장을 26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그 뒤 오 의원은 2016년 제20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서울대 총장 자리가 탐났을까. 하지만 모양새는 그다지 좋지 않다. 정치권에 있다가 평교수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총장 재도전이다. 오 의원은 "(최종 후보 사퇴로) 서울대 위상이 흔들리고 위기 상황이라는 동료 교수들의 우려가 컸다"면서 "주변 지인들이 총장 선거에 나가달라고 강하게 요청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들도 문제가 있다. 학식이 풍부하고, 덕망있는 인사를 골라야 하는데 인기 위주로 투표를 한다. 서울대 총장이 없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의 위상에 걸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심 없이 서울대 발전에 온몸을 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