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눈총 속 법원행정처 개혁 '시대적 과제'
김명수 대법원장, 법관 책임성 구조적 방안 마련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취임 1년이 되도록 가시적 변화가 없어 지탄도 많이 받았다. 오죽하면 여당에서조차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을까. 동네북이 되다시피 얻어맞았다. 리더십과 무능력을 꼬집기도 했다. 나 역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사법개혁의 핵심은 법원행정처 폐지다. 그 방향은 옳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손발이 돼 사법농단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원행정처에 몸담았던 판사들은 인사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었다. 행정처 판사들은 선민의식도 있었다.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할까.

실제로 그렇다. 역대 대법관 가운데 행정처를 거치지 않은 이는 드물다. 그만큼 요직으로 꼽혔던 곳이다. 그러니 누구나 행정처 근무를 희망했다. 우수한 판사들이 간 것도 사실이다. 법원행정처 보직 가운데 요직 중 요직은 차장이다. 법원장급인 차장은 대부분 대법관으로 영전했다. 임종헌 전 차장도 그 자리를 맡았었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대로 가칭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면서 "여건이 마련되는 즉시 대법원과 법원사무처를 공간적으로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새로 구성될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원인 중 하나로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정기인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을 현재의 3분의 2로 줄이고, 김 대법원장의 임기인 2023년까지 상근법관제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법관이 행정업무를 할 필요는 없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을 해야 한다. 고유한 재판 업무 대신 행정에 투입된 것 자체가 잘못됐다. 법원행정처 개혁은 시대적 과제였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진작 없앴어야 옳았다. 행정처 출신들이 인사에서 득을 보고, 또 다른 요직을 차지해 위화감도 없지 않았다.

또 하나는 법관 윤리 강화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것.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즉시 윤리감사관을 외부 개방형 직위로 임용해 법원행정처로부터 분리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대법원은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밝힌 약속만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그것을 반면교사 삼으면 답이 나온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