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통일 대비 '북한 투자' 연구해야

▲ 오풍연 고문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길에는 경제인들도 동행했다. 한국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 비판도 있지만 아마 서로 가려고 로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북한은 기회의 땅이다. 지금 당장 투자는 어렵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완전히 문이 열릴 것이고, 선점하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은 경제인은 누굴까. 말할 것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다. 비록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갔다 하더라도 엄연히 오너다. 이 회장이 건강했더라면 북한에 안 갔을 리 없다. 관심도에서도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제일 큰 기업 오너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도 그랬다. 북한 측도 그것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연간 매출액만 240조원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기업이다. 그러니 북한에서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방북한 경제인들이 18일 오후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관계자 및 기업·경제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늠름했다. 세계적 기업의 총수다웠다고 할까. 덕담을 해가며 소회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이재용이다. 평양은 처음 와봤다"면서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호텔 건너편에도 한글이 쓰여 있고,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용은 ‘과학중심 인재중심’에 필이 꽃힌 것 같다. 삼성이 북한을 거들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본다. 북한의 기초과학 수준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자를 우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실용과학은 상당히 낙후돼 있다. 삼성이 그런 점을 도와주고, 투자하면 된다. 그런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확신한다.

북한의 리 내각부총리도 화답을 했다. 리 내각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고 말해 잠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그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 부회장은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재용의 북한 데뷔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했다. 북한도 한민족이다.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북한을 더 알고 연구해야 한다. 선도기업 삼성이 할 일이기도 하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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