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최저임금 '속도조절' 언급
당-정-청,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공론화' 필요해

▲ 오풍연 고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금기어(?)를 건드렸다. 최저임금 속도조절 문제를 꺼낸 것. 김 총리가 우회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사령탑으로서 현실을 정확히 진단했다고 본다. 최저임금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손대는 게 옳다. 만고불변의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12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그는 "8월 취업자 증가수가 3000명에 그쳐 마음이 무겁다"면서 "고용 상황이 단시간 내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당면한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과제를 추동력 있게 추진하고, 긴 시계에서 일자리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는 3000명에 그쳤다. 지난 7월 취업자 증가수가 5000명으로 추락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취업자수 증가폭이 수천명대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3만4000명 증가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왜 이렇게 취업자 증가 수가 줄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게다. 나는 그 중에서도 최저임금을 꼽는다. 음식·도소매 분야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뛴 데서도 알 수 있다.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할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0%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9년 8월 10.7%를 기록한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다. 청년층 실업률 상승은 주로 10·20대 일자리 사정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도소매업 등 아르바이트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줄면서 10·20대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무관치 않다고 여겨진다.

실업률을 낮추려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현재 고용 상황은 엄중하지만, 올해 4분기 이후에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2분기가 되면 정책의 효과가 일정 부분 현실화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20만 명대의 신규 취업자 수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당장 급한데 한가하게 들린다. 그 같은 전망도 구체적이지 않다.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 장하성 정책실장 얘기 다르고, 김 부총리 얘기 다르면 공염불이다. 정책 잘못을 인정한 뒤 수정하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 데도 왜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다. 자존심 때문일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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