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개인의 영역'..."감시 방편 안 돼"

▲ 오풍연 고문

아주 나쁜 사람들이 있다. 남의 SNS 계정을 들여다보는 것. 이는 다분히 의도가 있다. SNS는 서로 소통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꼬투리를 잡기 위해 훔쳐만 본다. 누구를 감시한다고 할까.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을 갖고 문제를 삼기도 한다. 비열한 짓이다. SNS는 개인의 영역이다. 그것을 감시의 방편으로 쓰면 안 된다. 가슴이 뜨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SNS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거의 있는 그대로를 올린다. 때문인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도 내 근황을 잘 알고 있다. 엊그제 조찬 포럼에서도 지인을 만났다. “페이스북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먼저 말을 건넸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있는 셈이다.

이것까지는 좋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의도를 갖고 남의 계정을 본다. 가령 이런 경우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그런데 9시 10분쯤 페이북에 글을 올렸다. 이것을 갖고 문제 삼는다. 근무 시간에 딴 일을 했다는 것. 심지어 경위서를 요구하기도 한단다. 무서운 세상이라고 할까.

나도 경험한 바다. 한 직장에 있을 때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매일 본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그는 나와 페친도 아니다. 물론 SNS 상에서 소통을 할 리도 없다. 그럼 내 계정을 들여다 볼 이유도 없고, 봐서도 안 된다. 그런데 무엇을 하는지 보고 있다고 말하니 섬찍했다. 좋은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위축될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더 불쌍해 보였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고자질도 잘 한다.

한 후배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친구는 페이스북을 아예 끊었다고 했다. 오너가 사람을 시켜 SNS 계정을 훔쳐 본 뒤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는단다. 이것은 분명 범죄다. 동의를 받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SNS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론 법조계를 꼽고 싶다.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괜스레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설령 SNS를 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계정은 재미있을 리 없다.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 까닭이다. 검찰은 검사도, 일반직원도 마찬가지다. 법원 역시 다르지 않다. 그들 눈에 나처럼 SNS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하수로 보일지도 모른다.

거듭 강조한다. 남의 SNS 계정을 훔쳐보지 말라. 정 들여다보고 싶으면 친구 관계를 맺거나, 팔로어가 돼 들여다 보라. 그럼 덜 비양심적이다. 신사도를 촉구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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