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일방 통행식' 평양行 초청 '역풍' 자초

▲ 오풍연 고문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지난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국의장단 및 여야 정당대표들에게 평양에 함께 가자고 했다. 바로 퇴짜를 맞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오케이할 줄 알았다면 정말 아마추어 정권이다. 알면서도 그랬다면 더 나쁘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고 할까.

정치란 그렇다. 이런 일은 물밑 접촉을 통해 성사시켜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임종석이 나설 일도 아니다. 무슨 무게감인가. 정치, 참 못 한다. 내가 11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 역시 주요 이슈가 있으면 오풍연 칼럼을 쓰지만, 이처럼 페이스북에 올리곤 한다. 그리고 페친들의 반응도 살핀다.

아주 재미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댓글이 여러 개 달렸는데 반대는 하나도 없었다. 정치 이슈는 찬반이 갈리기 마련이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임종석의 행동, 이해불가” “점점~ 독선의 길로” “함량미달 정치” “현 정부는 북한에만 목숨을 건거 같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하나같이 못마땅해 한다.

특히 임 실장에 대해서도 일갈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엥간히 설쳐야지. 일개 비서가 대통령처럼 설치는 꼴하고는” “자신이 실세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것 ~~” “아마추어 집합소라니까요” 시중에는 임 실장에 대해 이보다 더한 비아냥도 많다. 본인이 왕 실장이라고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자료화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임종석이 정당 대표들을 초청한다고 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 봤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말라고 불편을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선후가 잘못 됐다.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이처럼 불쑥 발표하면 가고 싶어도 못 간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다.

정치는 협상의 예술이라고 한다. 일방 통행은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성공할 수 없다. 내가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한 이유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 간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오늘 한병도 정무수석을 보내 다시 설득했다. 이것 또한 잘못이다. 설득한다고 마음이 돌아서겠는가. 자유한국당 김병준 대표는 지방에 내려가 얼굴도 보지 못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이든지 간에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문 대통령도 안타까울 수는 있을 것이다. 정치권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바와 다르지 않다. 무릇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그 순서, 바로 절차를 무시했다. 김병준 대표도, 손학규 대표도 그것부터 꼬집었다. 청와대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함께 갈 모양이다. 반쪽짜리 정당 대표단이라고 할까. 나중에 한꺼번에 같이 가면 어떨까. 모양이 영 그렇다. 청와대가 자초한 결과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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