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20년 구형..."엄벌이 마땅하다"

▲ 오풍연 고문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처음 본 것은 1987년 울산공설운동장이다. 민주화와 함께 노사분규가 극심하던 때다.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에서도 파업을 하는 등 분규가 일어났다. 분위기는 험악했다. 취재진도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노동부 등의 중재로 공설운동장에서 집회가 열렸다. 그 때 이명박이 서울서 내려왔다. 당시 현대건설 회장으로 있었다. 30대의 정몽준은 현대중공업 회장. 정몽준은 지금도 연설을 못하지만 그때는 원고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명박은 달랐다. 노동자들도 이명박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할까.

이명박은 월급쟁이의 우상이었다. 30대 사장, 40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런 다음 정치 입문을 했다.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을 했다. 그에게 막힘은 없었다. 대통령까지 지냈으니 모든 영광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년이 비참하다. 지금 영어(囹圄)의 신세다. 감옥에 있다.
6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이 있었다. 검찰은 350억원대의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111억여원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형량으로 볼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

이명박은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재산은 현재 사는 집 한 채가 전부이고, 검찰이 두는 혐의는 알지 못한다"면서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마시고, 살아온 과정과 문제로 제기된 사안의 앞뒤를 명철히 살피면 이를 궤뚫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무리하고 가혹한 수사를 했다고 강조한 뒤 "정치보복이 반복되면 독재국가가 된다"면서 "이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속였다. 겉으로 깨끗한 척 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했다. 엄벌이 마땅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상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자리 대가로 36억여원 등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공소사실도 모두 16가지에 이른다. 광범위하게 비리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은 뉘우침이 전혀 없다. 물론 피고인에게는 방어권이 있다. 그러나 있는 사실조차 부인한다면 정상을 참작할 이유가 없다. 국민앞에 머리를 숙여도 모자랄텐데 오히려 뻣뻣하다. 얼굴이 두껍다고 할까.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치사한 방법으로 돈도 받았다. 법이 엄정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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