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줄줄이 대기업 취업 '억대연봉' 등 특권
김상조 위원장, 퇴직자 이력 10년간 공개 등 근절 대책 내놓아

▲ 오풍연 고문

연봉 2억6000만원, 차량 제공, 차량 유지비 지원, 자가운전 보조비, 매달 400만원씩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 이런 조건이라면 누구든지 손을 들 게다. 바로 공정위를 퇴직한 고위 간부들이 누린 호사다. 공정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같은 특권을 누렸다.

한 퇴직 간부는 '1년 차 연봉 1억9000만원, 2년 차 연봉 2억9000만원, 3년 차 연봉 2억4000만원, 월 업무추진비 500만원'이라는 취업 조건을 보장받았다. 국내 대표 IT 대기업에 재취업한 퇴직자는 연봉 1억2000만원 외에 성과급 4000만원과 차량, 차량 보조비(월 75만원), 건강검진, 의료비, 법인카드까지 다양한 복지 혜택 등 가장 두드러지는 조건을 누렸다. 공정위가 주선해준 것.

검찰 수사 결과 공정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2011년부터 16개 대기업을 압박해 퇴직자 17명의 취업을 성사시켰다. 이들 가운데 연봉 1억원 미만은 1명뿐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할 만하다. 사실 기업은 국세청이나 감사원보다 공정위를 더 무서워 한다. 한 번 걸리면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모두 도둑놈 소리를 들을 만하다. 대표적인 권력형 부조리다. 퇴직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챙겨줬다. 그것도 조직적으로. 연봉 액수까지 책정했으니 주객이 바뀐 느낌이다. 기업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갑 중의 갑이다. 이들은 자리만 차지하고서 각종 혜택을 누렸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다. 이런 게 바로 적폐다.

공정위가 20일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공정위가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취업한 퇴직자들의 이력을 10년간 공개하고 퇴직자와 현직자의 부적절한 접촉을 막으며 시장과의 유착을 막기 위해 유료 강의 등을 금지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조직 최대의 위기로 생각한다"면서 "공정위는 앞으로 어떠한 명목인지를 불문하고,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법 집행의 권한도 막강한데, 사실상 공정위가 이를 독점하고 있다보니 수많은 민원과 신고사건이 몰려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적폐를 인정했다.

공정위 사건을 보면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결국 기업과 공생(共生)하자는 것과 다름 없다. 조사 기관과 피조사 기관의 담합이라고 할까. 참 나쁜 사람들이다. 다른 기관의 퇴직 공무원들에게도 배신감을 안겨 준다. 근절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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