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시간이 지나면 묻혀질 일이 아니다!

성차별적 권력구조에서 나오는 성폭력에 더 많은 #MeToo #WithYou로 연대할 것이다.

성폭력 생존자들의 #MeToo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며 검찰, 문화예술계를 넘어 종교계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감춰지고 묵인되고 있던 성폭력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지난주 밝혀진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참담함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언론의 보도가 집중되자 25일 특별서한을 통해 가해신부에 대해 모든 직무를 정지한다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가해 당사자인 신부의 사실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사과문을 발표하기 직전인 24일, 해당 성당 신도들에게 ‘사흘정도만 지나면 잠잠해 질 것이다’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피해자가 수도없이 사과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언론과 짜고 음해하고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이는 명백한 2차가해이다. 겉으로는 사과와 성찰을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묻혀질 것이다,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며 성폭력 문제를 외면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문학계 성폭력 가해자인 시인은 성폭력 가해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와 반성도 없이 거주지를 옮기고 교수직을 사퇴하는 등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태도를 취하며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MeToo 말하기를 통해 어렵게 밝힌 성폭력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묻혀지거나 없어질 일이 아니다. 성폭력은 명백한 성차별적 권력구조에 의한 범죄이며 어물쩍 넘어가기 식의 사과와 해명으로 지나갈 일이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그 동안 수많은 성폭력 사실을 은폐하고 침묵하게 하여 성폭력이 가능한 문화를 조장해왔다.

성폭력의 가해자는 문인계의 권력의 중심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시인, 성당의 주임신부로 권력의 중심이었던 신부였다,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는 성차별적 권력구조로부터 나온다. 성폭력 피해사실을 어렵게 드러낸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은 가해자의 그 어떤 사과와 반성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의 가해 사실에 대한 인정과 책임있는 사과, 법적처리는 상처를 치유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수원지역 여성단체들은 용기있게 우리 사회를 바꿔내기 위한 말하기를 해준 피해자들에게 응원과 지속적인 지지와 연대의 힘을 보낼 것이며 #MeToo와 #WithYou로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원시와 시민사회가 지역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고 변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수원지역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는 가해자들의 처벌과정에 주시할 것이며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바꿔내기 위한 활동에 앞장설 것이다.

2018년 2월 28일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수원여성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의전화,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YWCA, 수원가족지원센터, 아우름(구 수원탁틴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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