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 시집 '기우뚱, 날다', 시인의 삶터서 잉태되는 '각양의 삶'

▲ 장년으로 접어든 그에게 시어는 정갈한 정렬이다. 새로울 것 없다는 것이 새로움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내면의 깊이가 큰 강을 이루듯 그저 도도하고 잔잔히 나와 세계의 현실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소 눈 훔치듯 술회한다.

[경기=광교신문] "시집 여기저기에서는 생태 위기 현상, 소외계층, 그리고 사회의 회색화를 구수한 익살이나 직정으로 고발한다. 무엇보다 용인 일대의 안개야말로 그의 시가 드러내는 희로애락의 모태이기도 하다."(고은 시인의 서평 중)

시인 고은이 말했듯 김종경 시인의 시집 '기우뚱, 날다'(실천문학, 총 123쪽)의 시어들은 우리의 주변부를 향하고 있다.

용인이란 공간적 자각과 시간적 변화, 이를 통해 잉태되는 각양의 삶 하나 하나에 무심하지만 날카롭게 있는 그대로를 담담히 그려낸다.

시인은 이미 지천명을 넘었다. 한때 타올랐던 열정에 대한 그리움, 나약하기만 했던 도리 없던 애타는 낙망도 시 이곳저곳에 드러난다.

▲ 가난하고 지린 서민의 시선에서 기우뚱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향한 도약을 멈출 수 없는 운명의 시련을 페이소스와 놀라운 담담함으로 써내려 간다.

장년으로 접어든 그에게 시어는 정갈한 정렬이다. 새로울 것 없다는 것이 새로움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내면의 깊이가 큰 강을 이루듯 그저 도도하고 잔잔히 나와 세계의 현실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소 눈 훔치듯 술회한다.

당신은 아직도/햇살 찰랑이는/그곳에서/허공에 뿌리내린/여린 몸 세우고 계시겠지(76p '오월이 오면' 중)

그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애타는 질긴 향수와 다름 없은 버팀목으로 그린다. 시집엔 월남해 뿌리내리며 사셨던 작고하신 장인어른도  또 다른 그리운 아버지로 부활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아, 아내와 가족, 이웃하는 사람들로 확대되는 모자이크는 용인에서 잉태한 자신의 가치와 의미부여일 뿐 아니라 그의 삶에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양식과도 같다.

▲ 새로울 것 없다는 것이 새로움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내면의 깊이가 큰 강을 이루듯 그저 도도하고 잔잔히 나와 세계의 현실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소 눈 훔치듯 술회한다.

붉은 발목을/적신 채/어두운 물가에 앉아 있던/청두오리 두마리/기우뚱 날자/여명이 밝아 온다(94p '기우뚱 날다')

시집 '기우뚱, 날다'의 시들 속에 관통하는 건 인간은 완벽하지 않음에 함께 서로를 채워가야 한다는 순리를 웅변한다.

시인은 시집을 통해 모순된 세상을 너스레로 비웃고도 있다. 

가난하고 지린 서민의 시선에서 기우뚱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향한 도약을 멈출 수 없는 운명의 시련을 페이소스와 놀라운 담담함으로 써내려 간다.

● 김종경 시인_1967년 용인에서 태어나 동국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 계간 《불교문예》신인 작가상에 '첫눈 오는 날' 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사)한국환경사진협회 초대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2016년)이 있다. 현재 <용인신문>과 《용인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북앤스토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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