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 시장, ‘野 지자체장 사찰’ 이명박 전 대통령·원세훈 전 국정원장 고소
박원순 서울시장과 회동 후 피해 지자체장 31명과도 공동 대응

▲ 최성 시장, ‘野 지자체장 사찰’ 이명박 전 대통령·원세훈 전 국정원장 고소

[고양=광교신문] 최성 고양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지난 9월 2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의 ‘야권 지자체장 사찰 및 제압에 관한 문건’과 관련, ‘정치사찰 및 표적제압 문건 작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정치 공작’ 등 국정농단 행위를 근거로 12일 오전 9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어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박범계 적폐청산위원장에게 중앙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청할 예정이다. 12시에는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향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 시장의 이번 고소는 문건에 거론된 31명의 자치단체장들 중 최초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어서 향후 타 지자체장들의 공동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만일 이번 사태가 대규모 단체행동으로 확장된다면 박근혜정권에 이어 이명박정권의 국정농단 및 적폐 논란이 본격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시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농단 행위는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죄 및 직권남용죄,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며, 고소 당사자들인 최 시장과 고양시는 “정치사찰과 탄압문서의 직접적 표적 대상으로 시정 운영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해방 이후 친일청산이 없어 박정희 군사독재로 이어졌고 그 이후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부활됐다”며 “이번 MB판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심판이 없게 되면 또 다시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고 고소 이유를 밝히고, “근거 없는 정치보복은 단호히 반대하지만 초헌법적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피고소인에는 당시 한나라당 및 새누리당 간부 등의 지시에 따라 고양시정에 대한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최 시장에 대한 정치사찰 및 탄압을 일선에서 주도, 협력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문건과 관련된 실무자도 포함됐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고소인 이명박 전 대통령·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주요 범죄행위는 ‘정치사찰 및 표적제압 문건 작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문건에 기술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에 따르면 “일부 야권지자체장들이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고,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대정부 비난여론과 국론분열을 조장한다. 이에 당·정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견제·차단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 각각 행정안전부, 재정부, 감사원 등 관계부처를 통한 행정·재정적 압박을 제시했는데 △행안부는 국정 비협조 지자체 대상 행·재정적 제재 다각 추진, △재정부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국정저해 지자체 소관 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 면밀 점검 및 예산 삭감 등 실질적 제어장치 가동, △감사원은 기관운영 감사 및 지방재정 운영실태 감사 등으로 종북단체의 사회단체 보조금 부당사용 여부 면밀 점검, △한나라당 시·도당은 지방의회를 통해 지자체장을 집중 추궁, 건전언론 및 보수단체와 협조해 규탄성명 등 지역 내 비판여론 조성을 통한 지자체장 행보 저지 등이다.

이밖에도 해당 문건에는 8개 광역자치단체장 및 23개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성명, 정당, 각종 활동 내역을 담고 있다.

최 시장은 특히 문건의 제압 방법 그대로 고양시와 최 시장에 대한 정치·행정·재정적 압박이 총체적으로 가해졌다고 설명했다. 먼저 당시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의혹을 제기하면 새누리당 우호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고, 정치인들이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와 대형 현수막 시위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시켰다는 것이다.

최 시장에 따르면 새누리당 고양시의원은 지방의회를 통해 단체장을 집중 추궁하고 지역 내 비판여론 조성을 통해 단체장의 행보를 저지했다. 또 감사원은 석연치 않은 감사로 비리 누명을 씌워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고, 행정자치부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지방교부금을 감액키로 결정하는 등 해당 사찰문건에 제시된 내용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진 셈이다.

최 시장은 자신과 고양시가 정치사찰 및 탄압의 표적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승계한 적자의 지위, △4대강 사업 반대(장항동에 계획된 4대강 관련 사업 전면 중단), △피고소인들이 낙인 찍은 소위 ‘종북좌파단체’에 대한 지원, △희망제작소 등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연대 및 진보정책의 추진 등을 들며 “이명박 피고소인에게는 제가 탈법적 국정운영에 상당히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지자체장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실추 공작에 대한 내용도 고소장에 포함됐다. 최 시장은 “피고소인들은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악성댓글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강조하고, 이어 “역시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계획했던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국가정보원을 자신의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해, 각종 공작을 해온 것은 지방자치를 파괴한 행위이다(헌법 제8장 위반). 또한 국민주권 원칙이 담긴 헌법 제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위반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째 짓밟는 시대착오적인 반역사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아울러 피해 지자체장들에게 진상 규명과 공동대응을 요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주요 내용은 첫째, 피해 지자체장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 설립, 둘째, 지자체별 피해 사례 파악, 셋째, 더불어민주당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넷째, 검찰의 철저한 조사 촉구 및 필요시 특검도입 검토 등이다.

최 시장은 국가에 의한 지자체 탄압은 박근혜정권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므로 박근혜 정부의 지자체장 사찰 및 정치공작이 밝혀지는 대로 추가로 고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시장은 끝으로 “피고소인들과 국정원, 감사원 등 정부기관의 지시 및 지원에 따라 음해공작을 수행한 관련자들 또한 빠짐없이 발본색원해야하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준엄한 심판이 따르길 바란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