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
설을 닷새 앞둔 지난 5일, 나는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 있는 유서 깊은 건설 일용직 인력시장 `수진리 고개`를 찾았다.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수진리 고개에는 요즘도 매일 새벽 4시면 200명 남짓한 사람들이 하루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다. 건축 경기가 너무 나쁘다 보니 절반은 허탕 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일주일째 일감을 못 얻은 사람도 수두룩하다.

지금 내수 침체의 핵심은 주택경기다. 새로 지은 집은 안 팔리고, 기존 주택도 거래가 안 된다. 여기에 시ㆍ군 도시재정비사업(뉴타운)과 보금자리사업이 충돌하다 보니 주민들은 주택 개ㆍ보수도 못하고 매매도 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만 미분양 아파트 2만8000채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주택ㆍ도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핵심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과잉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주택 관련 세제를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구매에 나설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고, 여러 주택을 구입해 임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택 임대소득을 종합소득세 누진 대상에서 분리해야 한다.

둘째, 분양가상한제 등 주택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은행 자율로 운용해도 된다고 본다. 도시재정비 시 소형주택ㆍ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주택 가격 폭등과 개발이익이 나올 때 도입된 제도여서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다.

셋째, 보금자리ㆍ택지사업 등을 대폭 조정해 주택 과잉 공급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경기도만 해도 2020년까지 54개 공공 택지지구 등에서 110만가구 내지 134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파악된 수요는 84만가구에 불과해 최대 50만가구가 초과 공급될 염려가 있다.

이상적인 신도시는 주거와 일터, 학교가 공존해야 한다. 울산 창원 포항 구미와 같은 박정희 시대 신도시가 대체로 그렇다. 반면 일터와 학교가 갖춰지지 않은 분당 일산 평촌 등 `노태우 신도시`는 거대한 베드타운이 되고 말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저출산ㆍ고령화와 부동산 버블을 겪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목격하고서도 그 길을 좇아 가서는 안 된다.

보금자리와 택지지구 내 주택용지 중 상당 부분은 일자리 내지 산업용지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주택공사에 의해 이루어진 물량 위주 주택 공급은 획일화된 아파트만 양산했다. 이름만 신도시일 뿐 도로 학교 직장이 연계되지 않은 베드타운, 총체적인 마구잡이 개발이 되고 말았다. 도시를 만들고 주택을 공급할 때는 해당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가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게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맞춤형 자족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입주자 자격, 주택 면적까지 일일이 규제ㆍ통제해서는 안 된다. 택지개발사업지구 지정에 관한 제반 권한,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권, 지구계획승인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권 등 주택 공급ㆍ도시 건설과 관련된 권한을 하루빨리 지방에 넘겨야 한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그러나 자치단체에 주어진 예산과 권한으로 볼 때 지방자치는 `20% 자치`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이 하나같이 불행했던 것은 모든 권력을 대통령과 중앙이 움켜쥐고 제왕적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완성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치와 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며, 주택ㆍ도시정책에 대한 과감한 지방 이양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