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일자리 문제 해결책 될 수 없어 

22일 금요일 오후 3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의 내용을 담은 공정인사,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하 양대 행정지침)최종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5일 전국 47개 산하 지방관서장들이 참여하는 기관장 회의를 열어 양대 지침을 전달하고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노사정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소재는 비정규직 계약기간연장과 파견확대 등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키고,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음에도 노조와 일체 협의 절차 없이 양대 행정 지침안을 발표한 정부·여당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양대 행정지침 최종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지침의 정당성과 타당성이 모두 결여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경실련은 양대 행정지침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동법과 상충하는 지침의 시행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해고제한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노동자의 동의는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이를 변경할 시 노동조건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보호가 존재하는 것은 사측이 노동자에 비해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행정지침은 근로기준법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것으로 노동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뒤흔들 수 있다.

또한 법령과 상충하는 지침의 시행은 법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노총은 양대 행정지침을 도입하는 사업장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노조의 대응을 시작으로 노사 간 법적 소송이 난무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불가피하다. 자칫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사회적 불안은 크게 증폭될 것이다.

양대 행정지침은 전(全)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비정규직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다. 정부가 양대 행정지침을 강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부터 정년 60세 보장이 법적으로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정년 60세 보장이라는 큰 이익을 안겨줬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은 20.1%에 불과하여 OECD 회원국 중 칠레 한 나라만 우리보다 낮다. 공공기관 노동자나 공무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노동자들은 정규직일지라도 정년연장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취업규칙은 경영자가 임의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변경만은 노동자 과반 이상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규칙불이익 변경요건이 완화되면 노동자에게 아무리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도 경영자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 대면 저지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양대 행정지침이 시행되면 그나마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던 정규직노동자들마저 비정규직 수준으로 격하될 위험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며 내수시장 위축으로 경제성장은 더욱 저하될 것이다.

양대 행정지침은 공정한 인사제도가 아닌 ‘쉬운 해고’만 확산시킬 것이다. 성과에 따른 일반해고는 현재 근로기준법 하에서도 공정평가 등 일정조건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3년 OECD 개별·집단해고 보호지수는 2.17로 평균인 2.29보다 낮았으며 34개 회원국 중 22위를 차지하여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지침으로서 일반해고를 본격화 한다면 노동자들은 해고 위협에 크게 노출된다.

정부는 공정한 인사평가를 전제로 한 일반해고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정작 공정한 인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제시하지 않고 있다. 행정지침은 법령과 같이 강제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상황에 따라 인사제도의 개편은 유예하면서 일반해고는 실시할 수 있다. 공정한 평가 없이 경영자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해고하더라도 교육훈련·배치전환 등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문제제기 조차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양대 지침을 일자리 문제 해결책인양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 정부는 양대 행정지침이 정규직 직접 채용관행을 확산하며,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으로 임금을 절감하더라도 그 비용을 일자리에 투자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판단에 달려있는 사안이다. 정부의 일자리 문제 해결 주장은 아무것도 보증할 수 없는 여론무마용일 뿐이다.

지침이 발표되기 불과 3일 전 한국노총이 노사정합의 파기를 선언하였음에도 이번 발표가 강행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정부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것이다. 정부가 양대 행정지침 시행에 대해 더 이상 아무리 허울 좋은 이유를 대더라도 지금처럼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편다면 그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즉각적으로 양대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사회적 합의를 져버린데 대한 해명과 사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실련은 양대 행정지침의 폐기를 위해 끝까지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5년 1월24일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 이 논평은 시민단체 '경실련'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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