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론할 것도 없이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공공재이다. 때문에 그동안 보건의료분야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각종 규제들이 마련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의료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아 왔다.

병원의 개설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나, 외부 투자와 자본의 경영개입 금지, 무분별한 의료광고의 규제, 환자의 유인알선행위 금지,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환자의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영역만으로 제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이 보건의료분야의 각종 규제들은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영리추구행위를 억제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수단이며 지극히 바람직한 규제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기어이 보건의료분야의 규제 전면 완화를 통해 이른바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 정책인 ‘영리자법인 허용’만 하더라도 보건의료 분야를 외부자본의 투자처, 즉 자본의 이윤추구의 영역으로 변질시키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다.

영리자법인이 허용되면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 등을 가진 자본들은 앞 다투어 병원의 자회사 설립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투자된 자회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본연의 역할보다 자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상품을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결국 투자라는 미명아래 의료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자본으로 하여금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여 투자도 하고 수익도 챙겨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영리자법인 허용 정책의 숨은 노림수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부대사업 전면 확대 정책으로 인하여 약, 건강식품, 기능성 화장품, 의료용품 등의 무분별한 구매요구와 심지어 자회사로부터 납품받게 되는 의료기기들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어 내기 위한 과잉검사, 수술 권유 등으로 병원비 폭등은 물론 의료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불어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엄격히 통제․관리하던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 허가를 위한 절차과정의 간소화나, 법인약국의 허용 등 의료분야의 각종 규제들마저 역시 깡그리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주요 내용들이다.

게다가 이러한 위험천만한 정책을 정당한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으로, 위법적인 가이드라인 제정만으로 추진하는 등 행정독재로 일관하며, ‘불통정부’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가계가 파탄나고 아파도 병원이용조차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병원비가 없어 자살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중병으로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가계가 파탄나고, 가계의 파탄으로 이어진 그 빈곤이 되물림되어 그 가족들이 또다시 자신의 건강마저 돌보지 못해 죽어가야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들의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재앙의 빗장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다. 의료산업에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일 뿐이라는 흰소리만 늘어놓으며 민영화는 괴담일 뿐이라고 가만히 있으라는 거짓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재벌이 향후 새로운 돈벌이 사업으로 의료분야를 손꼽으며 의료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어느 시점부터 자본은 앞다투어 병원의 규모경쟁에 돌입했고 이렇게 출현한 이른바 Big5의 출현과 함께 의료양극화와 왜곡은 여태껏 심화되어 왔다. 그리고 더 많은 이윤추구를 갈망하는 자본은 의료산업의 영리화, 민영화를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이러한 요구는 2004년 우연찮게 세상에 알려졌던 논란이 되었던 삼성생명의 전략보고서에 “민영의료보험의 최종 단계가 기존 공보험과 의료전달체계를 대체하는 삼성의료체계 구축”이라고 표현한 것에서처럼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자본에게 완전히 장악된 의료시장’이야말로 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것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영리병원 도입과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외국인 환자유치, 부대사업 전면 확대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도입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리고 이런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추진을 지속해 왔으며 오늘날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추진하고자 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이를 전면 실현하기 위한 ‘의료민영화 대책’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또다시 8월 12일 ‘유망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 영리자법인 설립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나 ▲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남은 규제마저 완화하고 ▲ 대학병원들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 ▲ 보험회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과 직불계약 제도를 도입하거나 ▲ 신약 신의료기술 안전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이어 더욱 노골적이고 집요한 의료민영화 정책의 최종판인 셈이다.

국가가 그 의무는 뒤로하고 자본의 돈벌이 놀음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안전을 내팽개치는 의료분야의 규제완화․민영화 정책은 흡사 300여명의 소중한 목숨을 수장한 세월호 참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때문에 제2의 세월호 참사, 의료대재앙으로 이어질 의료민영화만큼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수많은 국민들이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 함께 해 주었고 특히 정부의 부대사업 전면 확대를 위한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의 마지막 날이었던 7월 22일에는 단 하루만에 60여만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오프라인 서명 58만 7,408명, 온라인 서명 126만 5,440명 등 185만 2,848명(8월 15일 현재 집계)이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하여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이 어떠한 것인지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에 오늘 우리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는 그동안 보여준 국민 한명 한명의 소중한 목소리를 담아 청와대에, 박근혜 정부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경고한다. 서명용지에 꾹꾹 눌러쓴 국민들의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의료민영화․영리화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을 저버린 정권의 끝이 어떠할지를 상기해 보라.

국민들을 재앙으로 내몰 의료민영화의 발걸음을 끝내 멈추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8월말 노동자들의 3차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10월 투쟁문화제, 11월 100만 범국민궐기대회 등 의료민영화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2014. 8. 19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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