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희 의원
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규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조항을 완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법 개정의 빌미로 삼고 있지만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 규제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개정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재벌들이 문어발 확장에 목을 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문어발 확장은 지난 1997년 외환 위기에서 보듯이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또한 경제력을 집중시킴으로써 공정거래를 저해하고 독점에 따른 국민경제의 폐해를 키웁니다. 그렇게 때문에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은 억제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그 동안 경제민주화의 중요 요소로 인식되어 왔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완화하기 위하여 지주회사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주회사제도의 기본 아이디어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를 줄여서 기업지배구조를 합리화 하자는 것입니다.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되도록 많이 소유해야 합니다.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보유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소유와 지배의 괴리도는 증대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주회사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지분 거의 대부분을 소유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의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주회사제도에서는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의 지분만 보유해도 자회사로 인정해 줍니다. 이는 지주회사 제도의 장점이 많이 퇴색된 규정입니다. 다만,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리고자 마지노선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손자회사 규정입니다. 현행법은 손자회사에 대해서는 그 자회사에 대해 100%지분을 보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 지주회사제도를 지주회사이게 하는 마지노 선, 곧 손자회사 100% 의무 보유규정을 무너뜨리자는 것입니다. 이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억제하는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외국자본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역차별 논란을 통해 결국은 재벌들도 규정 적용을 면제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의 문어발 확장 규제를 무력화하는 데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경제 민주화는 멀어져갈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증손자 100% 의무규정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지분 의무 보유 규정을 오히려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인 것입니다.

만일 외국인 지분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구태여 증손자 회사가 아니라 손자회사 또는 자회사로 설립하면 될 것입니다. 굳이 증손자회사로 외국인 지분참여가 필요하다면 이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결국 이 개정안은 재벌 총수 일가만을 위한 것입니다. 법안 개정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2014년 1월 1일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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