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 불편 해소와 접근성 제고해야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복지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감기약 등 일반약의 슈퍼판매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복지부 업무보고 안건에 감기약 수퍼마켓 판매 관련 내용이 없었는데도 대통령이 갑자기 “미국은 수퍼에서 감기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나”라고 질문하는 등 미온적인 복지부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경실련은 그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간단한 일반약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약국이외의 장소에서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해집단인 약사회의 반대 논리를 앞세워 국민들의 불편이 적다고 하고 약국이 슈퍼마켓보다 많고 당번약국제도 지정돼 있다며 이를 반대해 왔다. 각계각층에서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왔음에도 약사회만의 반대에 의해 보류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더니 올해는 2007년에 전국 확대가 시도되었으나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되었던 ‘24시간 약국’과 유사한 형태로 이름만 변경된 ‘심야응급약국’으로 국민들의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지난 평가회에서 심야응급약국이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대신할 수 없음이 분명히 확인되었다. 대통령까지도 감기약 등 일반약의 슈퍼판매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한 상황에서 주무부처를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가 여전히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 불편과 요구를 외면한 무사안일의 전형이거나 특정 직역을 위한 행정부처로 전락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경실련은 심야응급약국과 같이 전시행정용 미봉책으로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약사의 이권을 위해 국민들의 불편을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 이에 복지부가 더 이상 약사회의 우산 역할을 포기하고 국민 불편 해소와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재차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심야응급약국과 같은 방식으로는 국민 불편 해소와 접근성 제고를 위한 근본대안이 될 수 없다.

이번에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에 참여한 약국 수는 약 2만개의 전체 약국 중 0.3%에 불과했고 50%이상이 서울경기지역에 집중되었다. 서울의 경우도 상당수가 유흥가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단 한 개의 심야응급약국도 없는 도 단위가 경북도, 강원도 2개나 되었다. 정작 심야에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 배려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농어촌, 산간지역과 중소도시의 경우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고, 대도시 중심으로 운영되어 지역적 불균형의 문제가 심각하였다.

경실련 모니터 결과, 그나마도 문을 닫아 이용할 수 없는 약국이 수차례 확인되었고  리스트가 수시로 변해 이용 자체의 어려움이 있었고 이용하더라도 복약지도가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렇게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약 조차 약국으로만 취급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며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를 반대해 왔던 약사회와 복지부의 논리가 무색해졌음에도 약사회가 주최한 지난 평가회에서는 국민의 접근성, 편의성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지기 보다 심야약국 운영에 따른 약사의 재정적 지원 및 행정적 지원 등 약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줘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조차 약사의 재정적 지원의 근거로 삼고자 한 것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경실련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심야응급약국을 약사의 재정지원 방식을 통해 무리하게 확대하려는 것은 근본대안이 아닌 것을 약사의 경제적인 동기부여라는 허울로 국민에게 다시 그 비용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둘째, 안전성이 입증된 일부 일반약에 대해서는 약국이외의 장소에서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약은 약국으로 집중되어 약 판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이 약국에만 부여되어 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이 병의원 주변으로 이동하고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는 간단한 일반약 조차 구할 수 없어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어 왔다.
특히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도시, 저소득층의 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국민 편의 증대 차원에서 법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정부는 국민 편의성 및 필요성을 간과해 왔다. 이미 의약분업을 하고 있는 나라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세 완화를 목적으로 구급약 범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일반약의 소매점 판매를 제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필요 이상의 규제로 인해 국민들이 안전성이 입증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에도 많은 불편과 제한을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가벼운 증상의 개선 및 호전에 있어서 안전성이 입증된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국외 판매를 허용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일반의약품 중에 오남용의 우려가 없고 사용법이나 효능이 일반화되어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의약품 중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수준의 일반의약품의 경우는 약국이외의 소매점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하여 휴일과 심야시간대 약국 이용에 대한 불만 가중으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가벼운 질환에 대한 자가 치료를 통해 의료비용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의료이용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복지부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 필요성을 더 이상 안전성의 문제로 호도하지 말라

현재 복지부와 약사회가 반대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안전성 문제는 건강 및 의약품 처방을 다루는 의료인인 전문가들도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를 주장하고 있고 또 일반약은 약사법 제2조에 의해 오용·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가 허용되더라도 일반의약품 중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단계적으로 판매하게 될 것이고 또 약국외 판매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설치하여 판매장소의 범위, 의약품 광고, 의약품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철저한 준비와 함께 포장단위의 제한 및 복약설명서에 대한 개선, 유통기한에 대한 표기, 구입연령제한 등의 부수적인 조치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관리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그로부터 국민 의료비 절감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국민들이 자주 찾고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와 같은 소비자 선택권의 문제가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권다툼의 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복지부가 실질적인 국민의 불편 해소와 접근성 제고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이 글은 시민단체 '경실련'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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