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무상보육’ 생색, 기초단체는 보육료 예산 돌려막기 중

‘0-5세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며, 지난해 여야의 대표적인 총·대선 복지 공약이다. 올해 3월에 전면 시행되었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으로 결국 보육료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방비 부담이 50% 이상인 기존분담율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별다른 재정조달 방안이 없는 지자체가 증가되는 사업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에 무상보육 사업의 중단 위기는 시행 이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해 11월말, 무상보육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영유아보육비의 국비 지원 비율을 확대(50%→70%, 서울은 20%→40%)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7개월째 계류 중이며, 6월 임시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책 시행 전부터 예고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과 그로 인한 시행중단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대선이 끝난 지난 6개월 동안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의 책임방기를 규탄한다. 또한, 조속한 시일 내에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무상보육 정책 혼란을 바로 잡고, 지속가능한 보육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보건복지부는 6월 17일 지자체에 무상보육 관련 추경예산편성계획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 내용은 5,607억 원의 지자체별 배분액을 통보하면서 지방비 지원 우선 동의를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다. 결국 지방비 부담률에 대한 현실적 조정 없이, 정부가 부담할 부분만 추경예산으로 편성하여 지자체에게 나머지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유아보육비의 현재의 국비·지방비 비율을 50 : 50에서 70 : 30으로 확대(서울의 경우 20 : 80 → 40 : 60)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무상보육 예산만 따로 국고보조율을 조정할 수 없다’며 법률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고 있다. 이는 여당과 정부가 대통령당선에 크게 기여한 공약이자 현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인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보육’에 필요한 재원 마련의 책임을 회피하고 지방자치단체에게 제도운영파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 주도로 시행된 0-5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의 이행 책임은 분명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 여야의 대표적 총·대선 복지 공약이었던 만큼 대중적 지지만 받기 위한 거짓 공약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관련법의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한다. 무상보육정책은 분명 전국 단위의 보편적인 국가 차원의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재정부담에 있어서도 중앙정부의 책임을 확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보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지원이 확대될 예정인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부담하고 있는 복지제도는 아주 많다. 0-5세 무상보육 사업으로 이미 지방비 부담이 전년에 비해 1조 5천억 원 가까이 증가한 상황에서 다른 복지제도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박근혜정부와 정치권의 사태해결의지가 의심스럽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 복지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모든 노인에 기초연금 2배 인상’의 축소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0-5세 무상보육’ 공약만큼은 제대로 이행될 것이라 국민들은 믿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4개월 만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보육료 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만 보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던 ‘신뢰와 원칙’이 무너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자는 부모를 넘어 자기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동이 될 것임을 고려한다면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은 후세대에 대한 무책임과 무성의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 비율을 확대하는 법률개정안을 즉시 통과시키고 개정법률에 맞는 재정부담을 이행하여 보육사업 중단 내지 파행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더불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및 보육시설 관리감독을 위한 공공관리체계의 전면 확대로 보육서비스 질 향상과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 당장 올해의 예산만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보육정책의 청사진 제시해야 한다.

 

2013년 6월 28일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이 글은 참여연대와의 콘텐츠 제휴에 의해 게재함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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