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아닌 개악에 불과

보도에 따르면, 여야가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면죄부를 허용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30일 이내 자진 반납하면 형사처별 면제, 불법 정치자금 제공자도 자수를 하면 형의 감경이나 면제가 가능토록 하는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관용 규정으로 불법 자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엄벌조항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합의안대로 개정이 되면 정치인들은 편의에 따라 불법자금을 받았다가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돌려주거나 자수하는 관행이 일반화하여 사실상 불법자금 수수 엄단이라는 정치자금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태가 초래할 것이다. 이 같은 합의는 정치권의 지극히 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며, 지금까지 금권선거와 부정부패 선거를 개혁하자는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정치개혁이 아닌 개악을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는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 모두 처벌을 받도록 해 불법정치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법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의 犯意나 양형의 참착사유는 사법부의 판단사항으로서 법에 이러한 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불법자금을 받아놓고도 법의 처벌은 최소화하려는 정치권 전체의 집단이기주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엄벌조항을 형식적 조항으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 불법자금 수수와 공여에 대한 법의 엄중함을 바로 세우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경실련은 국회 정개특위의 정치관계법 개악 안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개악적인 합의안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외에도 국회 정개특위는 법인과 단체의 기탁금을 허용하는 방안과 지구당 부활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법인과 단체는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지구당 제도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오명으로 폐지된 제도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탁 허용은 불법정치자금을 막기 위한 개혁의 목적을 망각한 행위이며 또 다른 정경유착으로 작용될 소지가 크다. 2천년대 초반 이전과 같이 선거만 끝나면 기업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로 인해 정치권 전체가 쑥대밭이 되던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국민들의 정경유착 근절과 정치개혁의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특히 입법정책적으로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대한 정치활동이 개인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자금 또한 개인으로 한정하는 것이 법정신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현행의 법인, 단체 정치자금 기부금지와 같은 개혁적 조항을 개악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 할 것으로 촉구한다.  

또한 당원협의회를 사실상 옛 지구당 형태로 부활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민주적 운영과 적정 비용이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구당 부활은 이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옮겨오는 형태일 수밖에 없다. 지구당 부활을 섣불리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원협의회가 이전의 사조직화되었던 지구당 형태가 되지 않도록 운영방식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원협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복수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은 일정기간 공직선거에 나설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 아울러 사무소 설치를 가능하게 해 공직선출자가 아닌 당원들 스스로 협의회가 운영되도록 해 명실상부한 당원조직으로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고, 여야는 예산을 비롯한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합의조차 못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틈을 타 국회 정개특위는 정치개혁이 아닌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개혁에 관한 본질적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면서 오히려 더욱 강화해야 할 조항은 실질적으로 폐기하려는 시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다시 한번 정치권의 정치관계법 논의가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현재 국회 정개특위가 잠정 합의한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히며 이후 정개특위에서 적극 수용해 보다 바람직한 개혁안을 도출해 낼 것을 촉구한다. 




* 이 글은 시민단체 '경실련'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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