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문제, 개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교과부보다는 국회에서 처리해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주목받았고, 형평성의 문제와 정체성의 문제를 지닌 외국어고의 개편 방안에 대해 전 국민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 10일에 발표된 교과부의 개편안은 외고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안이라기보다는 외고에 더 많은 혜택과 존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개악안으로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번에 발표된 외고 개편안을 보면 교과부가 진정으로 외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정말로 의심스럽다.

1. 교과부의 개편안 중에서 상대적으로 의미 있는 개편 방안을 찾는다면 학생 선발시 중 2, 3학년의 영어 내신성적 만을 반영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도 외고 개편 방안 전체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의미 있는 개선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선발기관에게 선발의 주관성을 허용하는 입학사정관제라는 제도를 전면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공익적인 사명이 강한 기관에서 활용될 때 교육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선발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보다는 대입 성과라는 개별 학교의 이기적인 관심에 사로잡힌 외고에 있어서 입학사정관제는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으로,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허용/권장한 방안은 외고에게 학생 선발의 전면적인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외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은 줄어들기보다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교과부가 제시한 학생부, 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서를 활용한 입학사정관제 선발 방식은 선발 기관인 외고의 학생선발의 주관성, 임의성 등 불투명성을 증가시킬 것이고, 이로 인하여 외고 진학 준비생들은 이제 사교육 시장에서 입학 컨설팅을 받지 않고는 진학 준비 자체를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요컨대, 교과부가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선발 방안은 외고 입시로 인한 사교육을 줄이기보다는 더욱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 외고는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 다른 학교에서 누리지 못한 학생선발권이라는 배타적인 특권을 누려왔다. 외고와 유사한 학생 선발권을 지니는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 법인이 학생 납입금 총액의 25%(학교당 약 20억원)에 해당하는 재정을 매년 전입금으로 지불해야 하며, 성적 상위 50% 학생들을 선지원 받아 후추첨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학생 납임금 총액의 3-5%의 재단 전입금(약 3-5억원)을 매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립 외고에 대해서는 재단 전입금에 대한 규제 없이 학생 선발권을 사립형 사립고 수준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다양한 고등학교 유형 중에서 이처럼 아무런 조건없이 학생선발권의 혜택을 누리는 곳은 외고가 유일하다. 따라서 학교 유형간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개편안에서는 외고에 학생선발권을 유지하려면 재단 전입금을 내게 하거나 그런 의사 없는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을 회수해야만 했다.

3. 이번 개편안은 외고의 존재 논리와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개악된 방안이다. 귀신을 쫓아내라고 했더니 더 나쁘고 강한 귀신을 들어 앉혀 놓은 격이다. 첫째, 개편안은 학생선발권이라는 배타적인 혜택을 누리는 외고에게 학생선발권을 박탈하는 대신에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교육 환경을 국고로 개선해 준다는 해괴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특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는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교육환경 개선까지 국가가 해주겠다는 것이다.

둘째, 외고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외고졸업생의 타 계열 진학 제한을 풀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외고는 동일계열인 외국어계열의 대학으로 진학하도록 권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서는 외고의 설립목적을 재정립한다는 명분하에 외고 설립목적을 ‘어학 영재 양성’에서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으로 바꾸었다. 외고가 어학 영재가 아니라 외국어에 익숙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앞으로 외고는 외국어 관련학과라는 동일계열로 진학해야 하는 진로 제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른바 인기있는 모든 학과로 진학할 수 있는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번 교과부 개편 방안은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그동안 무조건적인 학생선발권이라는 배타적인 특권을 누려왔던 외고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의 바램을 완전히 무시하고, 외고의 교육환경 개선과 정체성의 정당화라는 두 가지 특혜를 추가함으로 인하여 ‘외고 진흥 방안’으로 변질되었다. 외고 개편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을 바랐던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교과부는 외고 개편의 의지와 능력이 없는 만큼 외고 문제는 이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논의, 개편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시민단체 '경실련'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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