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위원장이 가결한 3조 5천억 4대강 예산

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4대강 사업 예산이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2010년 4대강 사업의 핵심 사업들을 시행하는 국토해양부의 예산 3조 5천억 원이 야당의원들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가결된 국토해양위 예결특위의 원안 그대로 의결된 것입니다. 그리고 국토해양위 위원장의 갑작스런 가결 선포로 국토해양위 회의는 논의를 정리하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4대강 국토위 예산 날치기 통과,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 야당의 반대 속에 4대강 사업 3조 5천억을 포함한 국토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키고 쫓기듯 자리를 떠나는 이병석 국토해양위원장(가운데) ⓒ데일리안

국토해양위부의 2010년 예산은 29조 523억 원으로, 그 중 4대강 사업 예산은 직접 예산 3조 5천억 원과 빚을 내 공사를 하는 수자원공사의 금융비용(이자) 800억, 토지보상비 300억 원을 합해 총 3조 6100억 원에 이릅니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표결은 생략하고 가결 선언을 진행했습니다.

국토해양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의 “토론을 종결하고 의결하고자 합니다. 이의 있습니까?”라는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이의 있다”고 했지만, 이병석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크게 휘두르고는 쫓기듯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말 그대로 위원장의 권한을 남용한 ‘날치기’통과입니다.

그간 정치와 국회로부터 민심을 돌아서게 한 이유 중 하나인 국회의원들의 상식을 벗어난 폭력적, 비민주적 의사처리가 또다시 벌어진 것입니다. 지난 한미FTA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야당을 막으려 문을 걸어 잠근 채 가결을 선언했던 사건이 데자뷰처럼 떠오릅니다. 이후 국회는 파행으로 치달았고, 이번 역시 2010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등원했던 민주당을 또다시 배제하면서 파국 국회의 책임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22조원 +α ‘세금먹는 하마’ 4대강 사업



▲ 가물막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남한강 강천보 건설 예정지 모습. 4대강 사업의 보 건설과 준설은 대운하를 위한 1단계 사업으로 의심되고 있으며, 전체 사업 예산은 3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이는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국가의 빚으로 남을 것이다 ⓒ한숙영

국가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옵니다. 내년 4대강 사업의 전체 예산으로 8조 5천억 원이 투입되고, 2012년 까지 총 22조원의 세금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타 부처에 숨어있는 예산과 SOC사업의 특성상 계획보다 늘어나는 실제 사업비를 감안하면 전체 예산은 3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업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몸집을 불리는 ‘세금 먹는 하마’로 변할 것입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 야당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무조건 착공부터 하고보자는 정부를 비판하며, 관련 예산의 전면 제고와 삭감을 주장해왔습니다. 경제성 없고 타당성 없는 대형 SOC사업에 큰 예산이 배정되면서 중요한 타 예산 배정이 줄어들고,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 부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대운하 1단계 사업으로서 명확한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보 건설과 준설 예산은 가장 큰 논란거리입니다.


20세기를 살고 있는 ‘날치기’ 정권



▲ 9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4대강사업저지범대위의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제대로 된 예산 심의조차 하지 못하는 국회를 규탄하며,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정당한 논의와 절차를 거칠 것을 촉구했다 ⓒ한숙영

정부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식적인 토론과 논의는 모두 생략한 채 불법적인 절차를 밟아 왔습니다. 이번 국토해양위의 날치기 통과 역시 여론과 민심은 무시한 채 무조건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국민의 반 이상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민심을 읽을 의지조차 없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21세기를 20세기처럼 살고 있는 국민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잇단 촌극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국회가 아직 절차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남아있는 예산결산특위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상식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 이 글은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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