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검찰은 즉각 조사와 처벌로 역외탈세 근절해야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ICIJ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를 근거로 버진 아일랜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은 모두 245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자료에는 이수영 OCI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 등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의 실명과 보유 지역, 설립 시기도 공개되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역외탈세가 이루어졌다고 단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간 대기업들과 대자산가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탈세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공개된 한국인들이 이러한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면, 이는 조세정의에 반하고 공평과세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대자산가들과 대기업들의 역외탈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작년 7월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가 국제결제은행(BIS)·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은 총 7790억달러(약 888조원)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44개 조세피난처에 47개에 달하는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금을 회피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국내 대자산가들과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거액의 자산을 이전하거나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사실은 불법 내지 편법적인 수단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거나 불법재산을 은닉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역외탈세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현황에 따르면 2008~2012년 5년간 역외탈세로 적발된 건수는 537건에, 세금추징액은 2조 6,218억원으로 해마다 역외탈세 적발 건수와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전체 537건의 역외탈세자 중 조세범칙 혐의로 고발 및 통고처분 된 건은 45건으로 전체 역외탈세자의 8%에 불과하여 역외탈세에 대한 과세당국인 국세청의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경실련은 역외탈세 근절을 통해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먼저, 국세청은 이번에 공개된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에 대해 관련법에 따른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배임, 횡령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 현재 역외탈세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어 과세당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제품과 서비스 거래 없이 해외 자회사로 돈을 빼돌리는 허위 경비처리, 해외법인 손실을 위장한 뒤 이득을 챙기는 행위,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식 배당소득을 챙기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수법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번에 공개된 한국인들의 세금회피 등 범법 사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검찰 역시도 대기업의 편법 증여, 배임, 횡령 등은 없었는지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만약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그에 따른 세금추징과 강력한 형사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회피와 불법재산 은닉을 막아야 한다.

둘째, 세금추징과 형사 처벌은 물론 해외로 빼돌린 불법재산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환수에 나서야 한다. 조세피난처에 속한 재산들은 세금회피의 목적도 있지만, 대기업 총수의 불법 수익을 은닉하기 위한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과세당국은 이들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 추징만 할 것이 아니라, 국세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그 환수에 나서야 한다.

셋째,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회피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제조세조정법, FIU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과 처벌강화, 그리고 해외 조세기관과의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제조세조정법(국조법)은 조세피난처 관련 제도 내용을 두고 있으나 대기업 또는 대재산가들이 이를 절세를 목적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국내 과세당국에 적정히 신고 납부 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세금탈루 등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 강화가 필요한데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따라서 국회는 FIU법을 통과시켜 FIU가 과세 당국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세금탈루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와 관련한 처벌 조항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는 매월 말일 보유계좌 잔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되어있고 그렇지 않으면 10%의 과태료를 물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과태료 수준으로는 세금탈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이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지능화되고 있는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일국의 노력만으로는 근절이 불가능하므로 해외 조세기관과의 긴밀한 국제협력과 공조를 통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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