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쓴 '위험한 경제학'

  
 ▲ 위험한 경제학, 선대인 지음, 더난출판 펴냄. 
 
더 늦기 전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 아닐까. 언론이 쏟아내는 부동산 보도를 보면 부동산 불패신화는 여전히 유효한 것만 같다. 2010년 이후 집값이 본격 상승할 거라는 보도도 있고 수도권 집값은 안 떨어질 거라는 보도도 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는 다르다는 확신에 찬 전망도 나온다. 한동안 주춤하긴 했지만 강남 집값이 지난 고점을 회복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런 언론 보도를 "터무니없는 왜곡·편파보도"라고 비판한다. 최근 출간한 "위험한 경제학"에서 그는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이 시작됐으며 지금 뛰어내리지 않으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막차에 올라타지 마라"는 이야기다. 그는 "앞으로 집을 더 싸게 살 기회가 얼마든지 올 것이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먼저 일부 언론에서 강남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잠재적 매도자들이 부르는 호가일 뿐이다. 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뭘까. 선 부소장은 "정말 집을 팔고 싶다면 지금 내놓은 가격보다 20% 정도는 싸게 내놔야 한다"는 한 중개업자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정부가 투기수요를 부추기면서 집값을 떠받치고 있지만 이미 가계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은 상황이라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요가 몰리는 강남 재건축은 언제든 더 오를 수 있다"면서 "강남 주택 구입자들은 대출이 필요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선 부소장은 "2006년과 2007년에 재건축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 가운데 이미 수억원의 손실을 본 경우가 수두룩하다"면서 이를 반박한다. 이들 역시 대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샀기 때문에 언제라도 집값이 오르면 '폭탄'을 떠넘기려고 안달하는 상황이다.

선 부소장은 경제주체들이 더 이상 집을 살 여력이 없다는데 주목한다. 부동산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데다 무엇보다도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 있는 상태다. 누가 '폭탄'을 받아줄 것인가. 선 부소장은 "투기 바람을 일으켜 분양을 털어내려는 건설업체와 이들이 내놓는 분양 광고에 눈이 뒤집힌 신문 보도에 휘둘리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만약 자기 돈 3억원에 은행 대출 2억원을 끌어들여 5억원짜리 집을 산다면 물가 상승률 4%와 은행 이자 6%를 반영할 경우 3년 뒤 집값이 7350만원 이상이 올라야 본전이 된다. 여기에다 취등록세와 재산세, 중개수수료, 이사비용 등을 포함하면 기회비용이 1억원에 이른다. 5억원짜리 집이 3년 뒤에 6억원이 될 수 있을까. 20% 이상 집값이 더 오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선 부소장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살 사람은 없는데 신문에서 오른다, 오른다 하니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호가를 올려놓는 바람에 거래가 안 일어난다"는 한 중개업자의 하소연은 부동산 거품의 실체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분양가를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 정도 산정한다"는 건설업자의 증언도 주목할 만하다. 이 건설업자는 "언론에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급할 때를 대비해 미리 유착관계를 만들어 놓는다"는 이야기다.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25만호에 이른다는 게 공공연한 업계 비밀이기도하고 공급과잉 상태에서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예정된 분양물량을 모두 더하면 2015년에는 36만호 이상이 초과 공급될 전망이다. 이미 주택보급률이 110%에 이르는데 전국적으로 5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가 추진되고 있다. "거품 붕괴를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얼추 계산해 보면 2001년 가계소득이 연 2500만원이었을 때 아파트 가격이 2억원이었는데 7년 뒤인 지난해 가계소득이 380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아파트 가격은 5억원으로 올랐다. 2001년에는 1억7500만원 차이였는데 이제는 4억6200만원 차이로 불어난 셈이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가구의 소득 및 금융자산 대비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이들 역시 버틸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거짓말은 부동자금 800조원이 갈 곳을 모르고 떠돌고 있다는 언론보도다. 선 부소장은 "부동자금 800조원은 아무런 실체가 없으며 요구불예금과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수신자금을 모두 더해도 547조원 밖에 안 된다"면서 "실제로 이들 단기 수신자금은 일상적 거래에 필요한 지급·결제를 위한 자금이지 투자성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부동산 시장에 투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금융기관 대출"이라고 지적한다.

선 부소장은 "일부 언론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그 많은 부동자금이 결국 어디로 가겠느냐고 선동하지만 투기바람이 조금만 불면 집값이 언제든지 과거처럼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은 환상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자금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엉터리 보도를 확대재생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선 부소장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10년 안에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환상"이라고 거듭 경고한다.

일부 사례를 엮어서 "대세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특정 개발호재를 강조하거나 부동산 커뮤니티 회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거나 지난달 대비 상승률 등을 과장하는 등 언론의 왜곡보도 사례는 수두룩하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선 부소장은 "한국의 언론은 광고유치와 사주의 이익수호에 눈이 멀어 언론의 본령을 저버리고 지면을 사유화한 거대 이익집단에 가깝다"고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선 부소장이 알려주는 부동산 기사 읽기 원칙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사를 믿지 말고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해 봐라, 둘째, 기사를 쓴 기자의 과거 기사 이력을 검색해 봐라, 셋째, 광고매출과 관련된 기사인지 확인은 필수, 넷째, 기자의 주관이 개입된 기사를 조심하라, 다섯째, 단기 국면을 과장하는 기사를 경계하라, 여섯째, 일부 사례를 일반적인 사례로 포장하지 않는지 살펴봐라, 일곱째, 청약률과 계약률의 차이를 살펴라, 확정되지 않은 결과가 과장된 건 아닌지 주의하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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