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안이 가결됐다. 179명이 찬성했다.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을 넘으면 가결된다. 야권에서 이탈표는 나오지 않은 셈이다. 탄핵안 제출에 서명한 176명보다도 3명이 더 많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사필귀정이다. 민심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진작 해임했어야 옳았다. 정치적 책임을 지우자는 의미에서다. 윤석열 정부도 야당 탓만 할 게 아니다. 권력도 겸손해야 한다.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이 넘어져 숨졌는데 관할 경찰서장과 구청장만 구속하는 선에서 끝냈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물론 장관 경질 등이 만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인재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이상민 장관은 정권의 눈치만 살폈다. 본인 스스로 사의 표명을 하면 될 일이었다. 국무위원은 정치적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다른 대형 사건 등과 비교하더라도 이 장관에 대한 조치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용산 대통령실의 반응부터 보자. 대통령실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 대해 "의회주의 포기"라면서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3시47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이같이 알렸다. 민주당 등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 책임을 묻겠다며 공동 발의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여분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

야당은 이번 참사가 터진 뒤 계속 이 장관의 해임을 촉구해 왔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고, 국민의힘도 같은 태도를 취했다. 국정감사도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실질적인 수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써 할 수 있는 최대의 카드는 탄핵소추안 제기였다. 민주당 의석은 169석. 그들 힘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 뜸을 들인 것은 여론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이상민은 그 불명예를 안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이장관에게 송달된 때부터 이 장관 직무는 정지된다.

169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탄핵소추안 발의를 추진하고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공동 발의에 참여한 만큼, 야3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도 투표에 참석했다. 숫자에서 밀려 가결을 막지는 못 했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에서도 부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을 터. 이는 이 장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회 본회의장 앞에 집결해 "'이재명 방탄쇼' 탄핵소추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헌법재판소는 조만간 본격적인 탄핵 심판 체제에 들어간다. 180일 안에 인용 여부가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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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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