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열흘 전만 해도 김기현 측은 당 대표 당선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나경원 전 의원까지 주저앉은 마당이어서 윤심을 업고 그대로 순항할지 알았을 게다. 그래서 ‘어대현’ 이라는 말도 했다. 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 된다고. 그러나 상황이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다자대결이든, 양자대결이든 김기현이 안철수에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현 캠프가 뒤집어졌음은 물론이다. 원인 분석에도 들어갔다. 안철수에게 왜 밀리는지.

나는 무엇보다 선거전략의 미스로 본다. 초반부터 너무 윤석열 대통령을 팔았다.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있다고. 누가 보더라도 그랬다.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은 뒤 ‘김-장 연대’를 외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이 초반에는 먹혀 들어갔다. 여론조사서 김기현이 1등으로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경원이 출마를 접자 오히려 안철수가 득을 보았다. 안철수는 오차 범위 밖으로 김기현을 앞서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까지 김기현을 미는 듯한 발언을 내놓지만, 그것 역시 역효과가 날 것 같다. 현재 국민의당 책임당원은 80만명. 이 중 얼마나 윤 대통령을 지지할까. 그 같은 조사는 해본 적이 없어 알 수 없다. 김기현 측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 이긴 것 같았는데 지는 결과가 계속 나오니 말이다. 여기에 이준석계라고 할 수 있는 천하람 위원장까지 당 대표 후보로 나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원들도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전당대회 상황을 정상으로는 보지 않을 듯 하다. 윤심을 업었다고 반드시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의 선거 전략이 돋보인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후보가 되겠다고 한다. 친윤이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고도 당원들에게 충분히 다가서고 있다. 친윤의 반작용도 얻고 있다고 여겨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김기현이다. 김기현은 지난 3일 나경원 집으로 찾아가 만났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소개했다.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게다. 그렇게 한다고 나경원을 지지했던 표심이 돌아올까. 그것 또한 물음표가 붙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는 4일 "어제 저녁에 집으로 찾아뵀다"며 "지난 20년 세월 동안 당(黨)을 같이 하면서 보수우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동지였기에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했고, 이에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영원한 당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관해 숙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김 후보는 전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의 뜨거운 애국심과 애당심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 정권의 폭거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싸워온 역할과 공헌을 저는 존중한다"고 썼다.

나 전 의원은 앞서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경원이 김기현을 도울지도 미지수다. 김기현은 이래저래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는 참 알 수 없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