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마지막 일기’ 공개…“모든 독재자, 역사의 가혹한 심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마지막 일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전문은 42쪽 분량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공식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어떤 심경이었는지, 자신의 삶과 주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등 2009년 김 전 대통령을 기록한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인 지난 5월23일 일기에서 “자고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건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 하듯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 21일 공개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쪽이 가족장을 원하자 ‘국민장’으로 치르는 게 합당하다면서 자신이 조언을 했다는 내용도 일기에 담았다. 또 김 전 대통령은 5월29일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다녀온 이후 “고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경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을 일기에 담았지만,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5월20일 기록한 일기를 보면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용산참사와 관련한 일기에서는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을 입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월16일 일기에서는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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