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짜깁기 기록 안 고치면 고발"

김형오 국회의장이 민주당이 요구한 방송법 투표 관련 회의록 수정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은 또 민주당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을 예고한 것을 두고 "무례",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장은 14일 서울 정론관에서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임시회의록은 민주당이 요구한 대로 증거로써 헌재에 제출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 국회의 입장"이라며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정정요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재판에 참고토록 했다. 다른 정당이 정정요구서를 제출할 때에도 모두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정정요구 사항이 헌재의 결정에 모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형오 "당장은 수정할 수 없다…고발? 의장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

  
 ▲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의장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지난 11일, 13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록 수정을 요구한 데 대해 두 가지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은 먼저 회의록의 신뢰성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회의록은 단상에 선 공식 발언자와 사회자 등의 발언을 기록하는 것이며, 회의장 내의 소란 등 발언자가 아닌 자의 말은 순전히 실무자인 속기사의 영역으로 맡겨져 왔다"며 "회의록 사후정정은 발언자의 발언 중 명백한 숫자 잘못 인용이나 자구 정정 같은 것을 했지, 발언자와 상관없는 의석이나 청중의 말을 첨가하거나 정정한 예는 찾아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민주당이 헌재에 증거자료의 제출과 영치결정을 요구한 의도는 국회사무처가 이들 증거자료들에 대해 나중에 임의로 수정을 못하게 하려는 뜻일 것"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임의로 회의록 수정을 요구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증거자료로 실질적인 보전요구를 해놓고 다시 고쳐달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고발 방침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작금에 민주당이 의장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로써, 그것이 지나쳐 의장에 대한 정치적 예의와 도의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며 "회의록 작성을 갖고 의장을 범죄혐의자로 고발하겠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이자 의장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방송법 1차 투표 결과도 당장 수정 거부…국회법엔 "어떤 이유로도 일부 삭제 할 수 없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 모습. ⓒ노컷뉴스 
 

김 의장이 주장에도 야당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사무처가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1차 표결 결과를 누락한 자료, 방송법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방송법) 부결", "(재투표) 무효"라고 외친 것을 속기록에 누락한 채 제출한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회의록 작성을 규정한 국회법 115조에 대한 사무처 해설서에 '회의록은 회의 경과에 대하여 사실대로 기록해야 하며, 어떤 명목과 이유로도 의사 경과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는 조처를 할 수 없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회의록은 단상에 선 공식 발언자와 사회자 등의 발언을 기록하는 것"이라는 김 의장의 주장은 회의록 작성 범위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쳐도, 국회사무처가 당시 사회를 맡은 이윤성 국회 부의장이 밝힌 방송법 1차 표결 결과를 누락한 것은 문제가 된다.

김 의장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민주당이 요구하는 방송법 1차투표 결과게재 등은 회의록 말미에 기재사항으로 덧붙여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표결 결과에 대한 회의록 누락이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민주당 "있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 회의록…이해할 수 없는 어불성설"

그러나 민주당이 증거보전 신청을 했기 때문에 수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 쪽에선 잘못된 기록을 보전해 헌재에 보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14일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증거보존신청이 된 상태라서 당장은 회의록 수정이 어렵다'는 김 의장 입장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회의록, 속기록은 있는 대로 기록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짜깁기해서 편집해 놓은 잘못된 기록을 보존해야 할 증거라고 못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주말까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예정대로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언론악법 무효투쟁 법무본부장'인 김종률 의원은 지난 13일 "중요한 내용이 누락·왜곡된 회의록을 이번 주말까지 정정할 것을 요구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증거조작을 위한 고의적인 회의록 누락의 책임을 물어 국회의장단·의사국장 등을 형법상 허위공문서 작성죄·직권남용죄는 물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등으로 형사 고발할 방침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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