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우도에서 나와 평대 카레집에 갔다.

여름 가을은 소리로 안다더니, 바닷가 식당에서 내준 아삭한 식감의 매실장아찌야말로 여름을 넘긴 가을 맛이네.

낮에 우도 검멀레 해안의 카페에서 회의 하는데, 주변 소란으로 해안 절벽의 정령이 어떻게 쉴 수 있을까, 은근 걱정이 됐다.

‘가을이 늦어지는 걸까’ 걱정하는 표정의 검멀레 해안을 뒤로 하고, 연구팀과 안비양(비양도)으로 갔다.

연구팀이 우도 담수장의 문화재생을 다룰 때 고려할 점/ 질적 연구가 필요한 부분 등을 생각해 뒀는데, 기본 이해를 위해 필요한 논의가 길어져 제대로 챙기질 못했다.

어쩌면 지금 눈 앞에 가득찬 것(지역 공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가리는), 이 흔한 현상에 내가 정신 팔린 탓도 있다.

검멀레 해안에서 느끼는 것은, 일상에선 무심코 지나치는 일과성의 헤이함이다. 이런 반복적 상황에 익숙해 지는 것도 장소의 운명일까.

우리가 자연과 관계하는 감수성, 깊은 자극에 지극히 무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우도봉 아래 위치한 담수장은 우도에서 넉넉한 저수조를 확보하고 마을로 내려 보내기 좋은 위치에 있다.

우도봉-저수지-담수장-마을로의 공간적 위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생리를 따르고 있다.

한편 주변 공동묘지와 함께 일상과 거리를 둔 기계적 공간이기도 하다.

우도봉으로 인해 섬이 우도로 명명되고, 지형에 따라 거주지가 결정 된 것은, 기념비적인 건축이 아닌 크고작은 고투에 의해 오랜 세월 결정된 것이다.

 

우도에 훈데르트바서 리조트가 들어 설 때의 갈등은, 돌카니 해안 일대의 아름다움이 ‘소유’되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건축물이 우도의 공간을 거주지와 잔여 공간으로 구획하는 느낌의 불쾌감을 타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작은 섬에서 경관의 경관으로 살아 온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이며 나름 인공적 건축적 진보를 표방한 것으로 이해는 한다. 그럼 이것이 미래인가.

담수장의 건축적 표현은 지금 과정과 또 다른 트렉을 통해 발주된다. 신축도 아니고 이백여평의 건축면적을 가진 신체의 기능과 활동으로 다뤄질 다음 트렉은 생각만 해도 별로 유쾌하지 않다.

오늘은 브리크매거진 정지연 대표, 메타기획 연구팀, 제주문화예술재단 식구 등과 우도 담수장 현장 토의를 이어갔다.

평대에 가서 구름 속 노을이 드러나는 걸 봤다. 카레와 매실장아찌를 먹었다. 아름답고 고단한 하루가 지난다. (22.09.29)

 

* 글 • 사진 : 김병수 전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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