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어제 밤 늦게 읍에 도착해 오래된 여관에 들었다.

시 한편 써질라나 하던 때도 있었다만, 무슨 궁상인가 싶어 최강야구 보고 차 안에서 읽던 ‘지지엔즈’의 <철학자의 불교 공부노트>와 긴긴밤을 보냈다.

서구 철학이 호기심에서 출발했다면, 불교의 세계관은 고통, 일체개고(一切皆苦)에 대한 해석에서 시작된다.

뭔 염세주의자의 독백인가 싶지만 외려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세속적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치 않다.

 

저자는 고통은 현상일 뿐 본질적인 외적 내적 자아의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불교적 방법론은 매우 다양한 질문을 통해 전개 되는 철학적 사유의 세계다.

보르헤스의 불교에서 느끼곤 했던 즐거움의 세계에 탐닉한, 어느 여름밤.

낡은 여관방 이부자리에 방의 반의 반쯤 크기의 중년 남자가, 심오한 즐거움에 빠져 뒹굴뒹굴 한다. 극락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책은 불이법문(不二法門)/ 일념심(一念心) 수행과 같은 불법의 세계를 혁신적 사고의 틀로 제시한다. 재밌게 읽고 오늘 강의에서도 적용해 봤다. (22.0802)

 

* 글 • 사진 : 김병수 전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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