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는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민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시민통제로 지자체의 책임을 고취시킨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됐다.

주민참여예산제의 기원은 지난 1989년 브라질의 소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시작됐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엔 시 예산편성과 투자 우선 순위를 시의회가 결정하면 끝이었고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 하는 이른바 ‘대의민주주의’였다.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되자 시의회에만 맡곁던 예산을 시민참여 하에 편성케 됐고 이에 따른 ‘조세제도’ 개혁이 성공, 재정적자는 점차 해소됐으며 지자체 투자능력은 증가했다.

포르투 알레그레시의 성공 요인은 시민 스스로가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민생정치의 뜻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민참여예산제의 경우 광주시 북구와 울산시 동구, 북구에서 가장 먼저 조례를 제정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돼 많은 지역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케 됐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휴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전문가·시민단체의 참여 폭을 넓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이들이 시정부의 몰이해와 의회와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제도의 본질이 왜곡, 그야말로 유명뮤실한 들러리 신세로 전락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앞두고 주민예산참여 심의위원회의 심의 범위 선정 기준의 미비였다. 예산 편성 및 심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주민참여 당위성을 어디까지 확보했느냐는 본질을 간과했던 것이다.

실제 시의회 내에서도 중복 심의 기능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예산편성과 심의에 있어 고도의 전문적 기능이 확보되지 못했을 때 발생할 과도한 주장은 자칫 시의회와의 충돌도 예견할 수 있다. 주민에게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지 의견수렴 차원인지 의사결정 참여까진지의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

먼저 집행부 차원에서는 제도 시행으로 발생할 예측 가능한 오류와 문제점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특정 그룹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경우 과연 시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다.문제요인의 차단을 위해서는 참석자나 주민 대표자가 주민전체 이익에 ‘부합’하는지, 적합한 절차를 통해 대표가 선임됐는지에 대한 검증과정의 객관적 ‘지표’와 사후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다양한 참여방식의 활용을 통해 주민집회, 공청회, 여론조사 등 의견수렴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 같은 절차상의 문제와 함께 주민참여예산 과정의 전개에 있어 회의내용 및 진행상황에 대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자체와의 소통을 원만히 이룰 신속한 ‘보고체계’가 필요하다.

확대해 생각해본다면 주민참여예산제의 실천은 단순히 정책결정과정에서 뿐아니라 집행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 시정부, 시의회의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 궁극적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처음 도입돼 2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에는 아직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가 향후 자치 행정을 튼튼히 하고 진정한 ‘거버넌스’ 정착에 촉매로 작용할 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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